구자욱이 건넨 야구공, 베트남의 꿈이 되어 날다

김양희 기자 2025. 4. 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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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을 꾸는 순간이 있다.

베트남에서 18년 넘게 야구를 지도해온 권동혁 감독은 한겨레에 "올해 12월에 타이 방콕에서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이 열리는 데 여기 참가하는 선수 일부가 그동안 구자욱 선수로부터 용품 후원을 받아 성장한 선수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베트남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동남아시안게임에 대비해 6월말부터 2주 동안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게 되는데 구자욱 선수의 활약 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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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으로부터 용품 후원을 받은 베트남 유·소년 야구 선수들. 권동혁 감독 제공

누구나 꿈을 꾸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꿈이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야구가 그렇다. 방망이, 글러브 같은 기본 장비값이 만만치 않다. 이런 탓에 다른 스포츠에 비해 도전하기 힘든 종목이다. 하물며 꿈을 꾸는 곳이 야구 불모지, 베트남이라면 어떨까. 야구 선수로의 꿈은 가시밭길이다. 그래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면 희망은 몽글몽글 피어난다. 삼성 라이온즈 중심 타자 구자욱(32)도 그 ‘누군가’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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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은 2019년부터 베트남 유소년 야구팀에 야구용품을 후원해왔다.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고, 동네에 다문화 가정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베트남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2022년에는 베트남 호아센대학교 야구팀 창단 소식을 듣고 유소년 및 대학 선수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20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대구시체육회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대 회장(베트남유·소년야구팀후원회)을 통해 야구 물품을 베트남 호찌민시 12구청 유·소년 야구팀에 보냈다. 베트남은 야구가 대중화되지 않아 현지에서는 야구공이나 글러브 같은 기본 장비조차 구하기 어렵다. 그런 환경 속에서 구자욱이 후원한 용품들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선수의 후원을 받았던 베트남 유소년 야구팀 선수들. 이들 중 몇몇이 자라서 베트남 야구 대표팀 선수가 됐다. 권동혁 감독 제공

그리고 최근, 그의 후원이 결실을 보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구자욱의 도움을 받았던 몇몇 선수들이 베트남 야구 대표팀에 선발된 것이다. 베트남에서 18년 넘게 야구를 지도해온 권동혁 감독은 한겨레에 “올해 12월에 타이 방콕에서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이 열리는 데 여기 참가하는 선수 일부가 그동안 구자욱 선수로부터 용품 후원을 받아 성장한 선수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베트남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동남아시안게임에 대비해 6월말부터 2주 동안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게 되는데 구자욱 선수의 활약 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용품 후원한 선수가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구자욱은 겸손하게 “제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기보다는 선수 본인의 노력 덕분”이라며 축하를 건넸다. 더불어 “야구에 대한 꿈을 품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용품을 후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권동혁 감독은 “구자욱 선수의 후원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베트남 아이들에게 더 큰 의미를 지닌다”며 “고품질 장비로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BO리그의 프로 선수가 베트남 야구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격려가 된다”면서 “이는 현재의 어린 선수들을 돕는 것뿐만이 아니라 베트남 야구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구자욱이 기부한 야구용품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베트남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징검다리가 됐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더욱 빛나게 됐다. 기부와 후원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도 없다. 도움의 손길이 계속 이어진다면, 베트남 야구의 내일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야구공 하나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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