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이민자의 발자취가 빚어낸 뉴욕의 진짜 얼굴, '로어 이스트 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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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패킹 디스트릭트를 조명했던 지난 기고에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뉴욕의 얼굴,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로 향한다.
뉴욕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센트럴 파크의 여유로운 산책도, 5번가의 화려한 쇼윈도도 뉴욕답지만, 진정한 뉴욕의 숨결이 깃든 곳은 바로 로어 이스트 사이드이다.
이 곳은 뉴욕의 과거 다양한 민족의 이민자들로 형성된 문화적 층위가 만든 현재의 예술, 문화, 음식, 그리고 나이트라이프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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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패킹 디스트릭트를 조명했던 지난 기고에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뉴욕의 얼굴,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로 향한다. 뉴욕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센트럴 파크의 여유로운 산책도, 5번가의 화려한 쇼윈도도 뉴욕답지만, 진정한 뉴욕의 숨결이 깃든 곳은 바로 로어 이스트 사이드이다.
이 곳은 뉴욕의 과거 다양한 민족의 이민자들로 형성된 문화적 층위가 만든 현재의 예술, 문화, 음식, 그리고 나이트라이프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 1989)의 전설적인 장면이 촬영된 지역의 맛집, 카츠 델리(Katz's Delicatessen)에는 지금도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기다리며 길게 줄선 손님들이 있고,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4)' 속 주인공들이 음악을 녹음하던 지역의 거리에는 여전히 가로 공연이 펼쳐진다. 이전 소개한 파이브 포인츠가 뉴욕의 잊혀진 다양성의 분기점이라면 이 곳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질적인 문화가 융합된 살아있는 멜팅팟으로, 이 곳을 걷다 보면 시대를 관통한 이민자들의 흔적과 동시대의 트렌드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역의 명칭은 그 지리적 위치에서 유래했다. 맨해튼 남동쪽, 하우스턴 스트리트(Houston St.) 남쪽에 위치하며 도시가 북쪽으로 확장되면서 '로어'(Lower)라는 명칭이 붙었다. 지역의 서쪽에 더 바워리(The Bowery), 남서쪽에 차이나타운과 남쪽에 투 브리지스(Two Bridges)를 면한다. 과거 이민자들의 관문이자 도시 노동자들의 고단함을 상징했던 이곳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과밀한 지역이었다. 뒤죽박죽을 뜻하는 '미쉬마쉬'(Mishmash)라는 단어로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는 곳으로, 여러 세대를 거치며 쌓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다양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본래 레나페(Lenape) 부족의 땅이었던 이 지역은, 17세기 유럽인의 정착을 기점으로 점차 변화의 길에 들어섰다. 19세기 초, 테너먼트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속히 증가했고, 빠르게 도시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후 다양한 민족의 이민자들이 차례로 정착하며, 이 지역은 뉴욕 특유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무대가 되었다. 19세기 중반에는 독일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작은 독일'(Kleindeutschland)이라 불렸고, 비어홀과 비어가든 등 그 특유의 문화를 남겼다. 그러나 1904년 발생한 슬로컴(Slocum) 참사와 세계대전으로 인해, 독일계 지역사회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20세기 초에는 동유럽과 러시아 출신의 아슈케나지(Ashkenazi) 유대인들이 대거 이주해 오며, 이곳은 한때 세계 최대의 유대인 거주지로 변모했다. 이들이 남긴 델리카트슨(Delicatessen) 문화의 대표적 유산이 카츠 델리와, 뉴욕 최고의 연어 베이글로 유명한 러스 앤 도터스(Russ & Daughters)이다. 이는 단순한 음식 문화를 넘어, 오늘날 뉴욕을 대표하는 미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40년대 후반부터는 또 한 번의 도시적 변곡점이 찾아왔다. 어반 리뉴얼(Urban Renewal) 정책에 따라 노후한 저층 주거지가 철거되고 대규모 고층 주거 단지가 들어섰으나, 동시에 기존 지역사회는 해체되었다. 그 자리를 대신해 푸에르토리코인, 도미니카인, 중국계 이민자들이 정착하며, 또 다시 문화적 재편을 겪게 된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신규 개발과 함께 젊은 예술가들과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몰려들며 이곳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트렌디한 창조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했다.
오늘날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현대적인 건물, 감각적인 부티크와 커피숍, 갤러리, 라이브 공연장이 들어선 거리 한편에 오래된 테너먼트 아파트, 델리카트슨, 전통 시장이 공존하는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도시적 실험의 무대로 거듭났다. 이처럼 지역은 뉴욕을 이해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핵심 공간이자 뉴욕의 역사를 압축해 담은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 숨 쉬는, 뉴욕이 지닌 끈질긴 생명력과 유연성을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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