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생명의 고향, 더 먼 곳을 향한 갈망

2019년 5월 미국 심해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가 남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 바닥에 도달했다. 인류가 닿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약 11km(약 10,927m) 심해. 2012년 3월 영화감독 겸 탐험가 제임스 캐머런이 탐험한 10,908m 기록을 약 19m 넘어선 거였다. 베스코보는 그 탐험 중 수심 7,000~8,000m 지점에서 새우처럼 생긴 갑각류와 분홍색 달팽이 등 4종의 신종 해저생물을 발견했고, 해저 바닥에서 사탕봉지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났다.
가장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 생명체는 2023년 4월 2일 일본과 호주 연구진이 일본 근해 이즈-오가사와라 해구 깊이 8,336m 지점에서 심해 탐사선으로 촬영한 ‘슈돌리파리스(Pseudoliparis)’ 속 스네일피시(snailfish)다. 비늘 대신 달팽이처럼 끈적이는 젤라틴 점액으로 덮여 있어 스네일피시라 불리는 그 어종은 심해 냉수대에 빠르게 적응하며 다양하게 진화한 어류로, 현재 확인된 것만 400종이 넘는다. 점액질 피부는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양이 적고 유영 시 마찰 저항도 현저히 줄여준다.
2023년 발견된 스네일피시는 먹잇감이 적은 심해에서 귀한 먹잇감을 발견하면 한꺼번에 많이 먹어 양분을 저장할 수 있도록 다른 종에 비해 위장이 훨씬 컸고, 부드럽고 유연한 골격 덕에 극한의 수압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심 8,000m 지점의 수압은 해수면보다 800배가 높다.
앞서 1970년 수심 8,370m 지점에서 갈라테아 껍질 뱀장어가 잡혔지만, 개방형 저인망(trawl)으로 잡혔기 때문에 공식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물을 내리고 올리는 과정에서, 즉 더 얕은 수심에서 잡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근년의 심해 탐사는 주로 정확한 수심 측정장비가 장착된 원격 잠수정과 착륙선을 통해 이뤄진다. 종전 기록은 2017년 마리아나 해구 수심 8,178m 지점에서 발견된 스네일피시였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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