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넘어 찾은 문인의 길 너무 힘든데 보람차 …겸허히 배우며 쓸 것”
57세 늦깎이 소설가 이수정
실제 단역배우인 모친과 추억 바탕
소멸해가는 어머니세대 이야기 담아
미국 생활 경험 담은 작품도 구상 중
중년에 운 좋게 등단 후 숙성의 시간
발달지연 아들이 올해 美 음대까지 입학
아이와 함께 새 세계 여는 기쁨 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함께 떠난 전북 고창 여행. 연고가 없다고 여겼던 그곳에서 화자 ‘경주’는 자신의 출생과 가족의 비밀을 마주한다. 외주 프로덕션 PD인 친구의 부탁으로 단역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TV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게 된 경주. 그는 딸이 아닌 작가로서, 어머니가 아닌 출연자 김순효씨와 문답을 주고받는다.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지난 세월을 풀어놓는다.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수정(57)은 2024년 영남일보,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연이어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그 사이 고창신재효문학상을 품에 안았고, 그 수상작인 ‘단역배우 김순효 씨’를 지난달 출간했다. 첫 장편을 막 세상에 내보낸 작가를 지난달 25일 만나 인터뷰했다.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사보기자로 일하다 2000년 유학생의 아내로 미국에 건너가 죽 살았어요. 할 수 있는 일이 번역밖에 없더라고요. 논픽션을 한 두권씩 작업하다 보니 50권이나 옮겼더군요.”

작법서와 이론서를 읽기 시작했고, 미주 동포들을 위한 전문 소설가의 온라인 소설강의를 들으며 습작했다. 이웃들과 함께 고전 100권을 함께 읽는 북클럽을 수년간 운영하며 숙성의 시간을 보냈다. 이디스 워튼, 어니스트 헤밍웨이…. 좋은 소설들을 읽으며 ‘이건 왜 좋은 소설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탔고, 곧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작품은 어떻게 태어났는지.
“실제 단역배우로 활동하는 친정 어머니와의 고창행이 재료가 됐다. 삶에 지치고 마음이 힘들 때 정처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 않나. 40년 전 내 어머니가 그런 마음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창으로 향했다. 무작정 산을 찾아 올랐는데, 그곳이 하도 좋아 땅 한 조각을 사셨다고 한다. 맹지인 줄도 모르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고창서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상대를 향해서는 직접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아이러니하게도 카메라를 향해 더 진솔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메라라는 매개체를 동원한 이유다.”
―미국에서 25년을 지냈는데, 작품의 색채는 더없이 한국적이다.

“아들이 잠든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3시간을 바짝 집중해서 쓰는 편이다. 아들이 3세 때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고 참 먼 길을 왔다. 그 아이가 커서 올해 미국 음대에 입학하게 됐다. 물론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삶을 살 수 있지만, 아이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나 역시 최근 작가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 않나. 아이와 나 모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기쁨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작가로서 향후 계획은.
“맥없는 말이지만, 계획이랄 것이 없다. 거창한 목표도 없다. 그저 계속 쓰고 싶다. 50살이 넘어 문학적 소양을 발견했다. 너무 힘든데 너무 재미있고, 내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것이 너무 보람차다. 내가 만드는 인물이 정말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서, 내가 작은 우주들을 만드는 듯한 뿌듯함이 크다. 써놓은 단편들을 묶어 소설집을 발간하는 것이 소망이다. 그러나 가장 큰 열정은 장편소설에 있다. 언젠가는 발달장애 아들을 기른 경험을 승화한 장편을 쓰고 싶다. 천천히 숙성하며 기획하고 있다. 소설가로서의 앞날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겸손하게 공부하며 쓰다 보면 배우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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