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수수료 경쟁에 ‘꼼수’ 쓴 운용사들…당국, 규제 검토한다

오유진 기자 2025. 4.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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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삼성·KB, 운용보수 연달아 인하
테마형 ETF 운용보수는 매년 상승세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상장지수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 점검에 나선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건물 전경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간 운용보수(수수료) 인하 경쟁에 칼을 빼 들었다. 지수형 ETF의 수수료를 낮춰 테마형 ETF로 전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투자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을 방패 삼아 수수료를 낮추고, 타 ETF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상장 ETF 운용보수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월 초 "ETF 보수 인하 경쟁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데 이은 후속 조치다. 금감원은 운용보수를 인하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에 운용보수 산정 방식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ETF 운용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 연내 ETF 관련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감원은 당초 운용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수수료 인하가 투자자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만큼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운용사 간 경쟁이 거세지는 데다 타 펀드 등으로의 비용 전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향을 틀었다. 금감원은 펀드상품 점검 과정에서 일부 운용사들이 출시하는 테마형 ETF 총보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비용 전가가 있었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ETF 수수료 인하, 상품 베끼기 등이 만연한 부분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된 건 지난 2월부터다. ETF 시장 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월6일 미국 지수추종 ETF인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연 0.07%에서 연 0.0068%로 인하하면서 경쟁에 불씨를 붙였다. 그러자 다음날인 2월7일 삼성자산운용이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낮췄고, 11일엔 KB자산운용이 'RISE 미국 S&P500'과 'RISE 미국 나스닥100' 총보수를 각각 0.0047%, 0.0062%로 낮췄다.

이후 추가 인하가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이 안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운용이 최근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운용보수를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쟁에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이달 중 'TIGER 레버리지', 'TIGER 인버스 등' 주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운용보수를 삼성자산운용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ETF 보수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동반 인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자본시장연 "테마형 ETF로 보수 수익 저하 상쇄"

투자자로서는 이같은 경쟁을 꺼릴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규모가 큰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 낮춘 보수를 파생형, 테마형, 액티브형 등 중소형 ETF 보수로 상쇄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지수형 ETF의 경우 평균 운용보수율이 2006년 0.33%에서 지난해 6월 기준 0.065%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업종‧섹터형, 테마형 ETF의 운용보수는 2021년 이후 단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ETF의 손실이 다른 투자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총보수 0.0062%는 투자금 10억원 기준 6만2000원 수준인데, 운용‧판매‧신탁‧사무비용을 충당하면 ETF로는 버는 수익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형 운용사는 기타 영업비용으로 손실을 메우겠지만, 중소형 운용사는 결국 경쟁에 밀려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운용사 간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이 사그라지지 않는 건 ETF 시장 점유율 확보 때문이다. 수수료 경쟁의 포문을 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면서 시장 과점을 노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은 순자산 71조3371억원(점유율 38.4%),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4조6199억원(34.8%)으로 집계됐다. 점유율이 7.6%인 KB자산운용 또한 경쟁자인 한국투자신탁운용(점유율 8.1%)을 견제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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