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에서 불펜으로, 한 때 14승도 올렸던 삼성 좌완 베테랑 백정현은 아쉽지 않다 “진작 내가 물러났어야했어요”[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5. 4. 1. 1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백정현이 지난 3월30일 잠실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삼성 백정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좌완 베테랑 투수 백정현(38)의 올시즌 보직은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다.

지난달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백정현은 10-2로 크게 앞서 있던 8회말부터 등판해 2이닝 안타나 볼넷 없이 2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불펜에 왼손 투수가 신인 배찬승 밖에 없다. 같은 좌완인 백정현을 멀티 이닝을 맡기는 식으로 쓸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2007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백정현은 2018년부터 붙박이 선발로 뛰었다. 2021년에는 14승(5패)를 올리며 커리어하이를 달성하기도 했다.

2024시즌부터는 변화가 생겼다.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한참 복귀를 하지 못했고 시즌 막판에는 부진으로 선발진에서 제외됐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자체 청백전에서 동료 김헌곤의 타구에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시즌을 그대로 끝냈다.

올해 삼성의 선발진에는 백정현의 자리가 없었다. 기존 국내 에이스 원태인이 있는 가운데 최원태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찼다. 나머지 5선발 한 자리는 좌완 이승현이 차지했다.

개막 직후에는 예상치 못하게 선발로 기회가 가기도 했다. 원태인과 레예스가 부상 여파로 시즌 초반 한 텀을 쉬어가야했기 때문이다. 백정현은 지난 23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대체 선발로 잠시 등판했다. 이날 2.2이닝 2안타 1볼넷 1사구 5실점 2자책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선발진이 정상화 되자 중간 계투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백정현은 자신의 보직에 대해 덤덤했다. 오히려 “내가 생각보다 선발을 더 오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진작 어린 후배들이 좋아져서 내가 뒤로 빠졌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다행히 좋은 후배들이 많아져서 뿌듯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보통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루틴을 가져가는 선발 투수와 달리 중간 계투는 매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한다. 하지만 백정현은 바뀐 루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원래 어릴 때부터 불펜 투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냥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했다.

자리는 바뀌었지만 백정현은 여전히 팀의 선배로서 역할은 그대로 맡고 있다. 최원태는 “구속 내려고 크게 의식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노하우를 (백)정현이 형이 얘기해줘서 피칭할 때 적용하려 노력 중”이라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최원태 외에도 많은 후배들이 백정현에게 조언을 구한다.

삼성 백정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백정현은 “후배들이 ‘형은 어떤 느낌으로 던지느냐’라고 물어보면 내 느낌을 이야기 해준다. 내 말에 공감이 가면 본인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일단 내 이야기를 해주는 편”이라고 밝혔다.

팀에 몇 없는 왼손 투수로서 중책을 맡았지만 백정현은 다른 선수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에 왼손 투수는 많다”며 손을 내저은 그는 “내 기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언제든지 좋아질 수 있는 선수들이다. 나는 그들이 올라올 때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에도 큰 아쉬움은 없었다. 백정현은 “내가 못 가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가고 더 좋은 기회일 수 있지 않나”라며 “내가 포스트시즌에 가는게 더 좋은 상황이었다면 부상을 입는 상황도 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나보다는 어린 친구들이 더 간절함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언제든 더 좋은 선수가 생기면 뒤로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그 순간은 팀의 승리를 위해 집중하려 한다. 지난 겨울부터 미국에 있는 트레이닝 센터와 연락을 취하면서 자신의 매커니즘과 구종 등에 대해 관리를 하면서 투구를 가다듬고 있다. “원래 미국을 가려고 했는데 가지 못했다. 대신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계속 내 영상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나도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정현은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걸 준비하고 열심히 지내는게 올시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일단 준비부터 열심히 하려고 한다. 준비한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