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어촌마을까지 집어삼킨 화마… “대게잡이 배·수족관도 다 타버려”

조언 기자 2025. 4. 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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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12월부터 5월까지가 한철인데, 배가 다 불타버려서."

어촌계장 하중광(72) 씨는 가장 왕성하게 조업에 나서야 할 대게 제철에 폐허가 된 마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 마을에 있던 대게잡이 어선 상당수가 전소됐다.

영덕군이 매년 8월 개최하는 '황금은어 축제'에 은어를 공급하는 양식장도 큰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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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계 직격탄’ 막막함 토로
황금 은어 축제 여는 지품면에선
양식장 전기끊겨 20만마리 폐사
산불피해 복구 구슬땀 31일 산불로 피해를 본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한 수산양식장에 육군 50사단 소속 장병이 투입돼 철거 작업을 돕고 있다. 뉴시스

영덕=조언·영양=노수빈 기자

“대게는 12월부터 5월까지가 한철인데, 배가 다 불타버려서….”

경북 영덕군의 상징과도 같은 대게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영덕읍 노물리 마을. 1일 오전 찾은 이곳은 지난달 25일 산불이 순식간에 덮치면서 말 그대로 폭삭 무너져 내렸다. 주택은 물론 정박돼 있던 선박과 수산창고까지 모두 까만 몰골만 드러낼 뿐이었다. 어촌계장 하중광(72) 씨는 가장 왕성하게 조업에 나서야 할 대게 제철에 폐허가 된 마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 씨는 “언제 다시 바다에 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배를 새로 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선박 면허 등록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실제 마을에 있던 대게잡이 어선 상당수가 전소됐다. 수족관도 모두 화재로 망가져 수산물 보관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게잡이는 물론 오징어·가자미잡이 등 모든 조업이 중단됐다.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피해자들은 어부들뿐만 아니다. 이 마을은 맑고 푸른 바다를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블루로드’에 자리하고 있어 주민 대부분이 어업뿐만 아니라 관광업에 종사한다. 횟집과 민박을 운영하는 주민 신모(64) 씨는 “노물리에 나무가 몇 개 없어 불에 탈 일은 없을 거라고 농담 삼아 말해왔는데 바닷가 마을이 이 지경이 되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한참 관광객들이 몰려올 시기인데, 이런 마을에 누가 오겠냐”고 울먹였다. 실제 마을 곳곳에서는 형체 없이 무너진 집들과 뼈대만 남은 창고, 검게 그을린 펜션들이 강한 탄내를 뿜어내고 있었다. 230채 중 170여 채가 불타면서 주민들은 대부분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인근 대피소에서 생활하다 마을을 살피러 온 주민 김모(62) 씨는 “푸르고 반짝이던 마을이 잿더미로 변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덕군이 매년 8월 개최하는 ‘황금은어 축제’에 은어를 공급하는 양식장도 큰 피해를 봤다. 영덕군 지품면에 있는 황금은어 양식장은 화재로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은어 50만 마리 중 20만 마리가 폐사했다. 이 양식장은 영덕군이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던 황금은어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2009년 지은 곳이다. 영덕군 오십천 등에서 자라온 황금은어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던 진귀한 특산품이었다. 이 양식장 관계자는 “어린 은어가 많이 죽어 축제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최대한 복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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