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빅뱅을 넘어선다… ‘초인’ 꿈꾸는 레전드[김인구 기자의 인물 탐구]
위버멘쉬는 니체 ‘초인’개념
“있어 보이려고… 별 것 아냐
그냥 열심히 계속 하자는 뜻”
연습생 11년 거쳐 데뷔 19년
승승장구하다 슬럼프 겪기도
단독앨범·투어 ‘야심찬 귀환’
솔로로 다시 서겠다는 각오
‘극 내향성 극복’ 의지 고백도


“운명을 개척해 나 자신을 넘어서고 싶다.”
한 달 전, 빅뱅의 지드래곤이 정규 3집을 발표했을 때 팬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2013년 9월 ‘쿠데타’ 이후 무려 11년 5개월 만의 솔로 컴백. 게다가 앨범의 제목은 첫눈에도 낯선 ‘위버멘쉬’(Ubermensch)였으니까. 당연히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위버멘쉬’는 영어로 ‘비욘드 맨’(Beyond Man) 즉, ‘넘어서는 사람’이란 뜻.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제시한 ‘초인’ 개념이다. 그런데 잠깐만! 일상적인 이야기를 잘 녹여내는 게 장점이었던 K-팝에서 갑자기 무슨 니체 철학이고, 초인인가. 화려한 스타성만큼이나 사건·사고도 많았던 탓에 뭔가 깨달음이 있었단 말인가. 왜 지드래곤은 니체의 초인을 꿈꾸게 됐을까.

◇“아이 갓 더 파워”
일단 총 8개의 수록곡 중 미리 공개한 곡 ‘파워’(POWER)에 힌트가 있다. ‘파워’는 강렬한 비트에 빠르고 반복적인 가사가 매우 중독적인 곡이다. 지난달 29일 월드투어 첫 공연에서도 지드래곤은 ‘파워’를 세트 리스트(공연 순서)의 맨 앞에 세웠다. 빨간색 장미 꽃송이 재킷에 왕관을 쓰고 등장한 그는 “아이 갓 더 파워(I got the power)”를 외치며 ‘지각 공연’에 살짝 토라진 관객들의 심장을 순식간에 들끓게 했다. “아이 갓 더 파워”는 니체가 말하는 ‘힘에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주인이 되고자 하는, 더욱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 작용이며, 고난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다.
이런 가사도 있다. “애들이 나보고 개꿀이라더군/ 댓글 리플 관종 걔들 입틀 막고∼/ 고트 더 리빙 레전드(GOAT the Living Legend)∼/ 권력 오남용 묻고 관용천재 지병 불가항력”. 글로 봐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한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보인다. 논란을 만들고 온라인으로 유포해 확대 재생산하는 요즘의 세태에 대한 풍자이자, 2023년 마약 투약 의혹 조사로 자신이 처했던 상황의 비유다.

◇부끄러움을 딛고 피어난 위버멘쉬
사실 지드래곤은 부끄러움이 많다. 수많은 관중 앞에 서서 힙합과 랩으로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아티스트가 수줍음이라니… 그러나 이건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지드래곤은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굿데이’와 ‘유퀴즈’ 등에서 대인관계를 몹시 어려워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후배 3인조 그룹 부석순이 빤히 쳐다보면 그만 보라며 얼굴을 가리고, 걸그룹 에스파가 궁금한 것을 질문할 때는 ‘아이 콘택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았다. 심지어 무대 공연에서도 이런 기질이 엿보인다. 속사포 랩을 하다가 쉬어가는 구간에선 자주 관객을 등지거나, 팔 벌려 하늘을 쳐다본다. 짤막한 토크 시간에도 말을 삼키듯이 해서 뭐라고 하는지를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다.
따라서 2011년 기소유예로 끝난 대마초 소동이나 마약 무혐의 사건 등은 그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제아무리 최고의 뮤지션이라 해도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추락한 신뢰는 그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른다. 지드래곤은 이런 심정을 고백했다. 지난해 10월 ‘유퀴즈’에 출연해서 “계속 코너로 몰리는 느낌이었다.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중심을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콘서트 무대에서도 “8년 만이다. 8의 저주라고 하기엔 제겐 8이 너무 많다. 제 팔자”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신 ‘위버멘쉬’에 대해 “니체 철학이 나와서 어려워 보이는데, 있어 보이려 한 것이고 별것 아니다. 사실 그냥 열심히 계속하자는 뜻”이라며 웃었다.

◇데뷔 19년, ‘초인’의 재창조를 꿈꾸다
11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친 후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한 지드래곤은 지난 19년간 숨 가쁘게 내달렸다. 동방신기와 함께 소위 2세대 K-팝 아이돌의 대표주자로, 3세대 방탄소년단(BTS)이 본격적으로 세계 팝 시장에 진출하는 데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노래와 춤, 작사·작곡 등 본업인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패션과 예술 등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패션 분야에선 아시아 남성 최초로 명품 샤넬의 글로벌 앰배서더가 되는 등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러나 8년 만의 단독 콘서트가 말해주듯 그는 한동안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군 입대로 인한 공백기 이후 YG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멤버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선 셈이다.
니체가 생각했던 위버멘쉬의 핵심도 실은 몰락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산에서 10년간의 고독을 마치고 속세로 돌아온다. 이는 초인의 경지를 추구하던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을 암시한다. 그러나 니체는 파멸과 몰락을 구분했다. 파멸이 완전한 자아 상실이라면, 몰락은 재창조를 전제로 한다. 즉, 창조적 파괴다.
지드래곤은 콘서트에서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빅뱅이 데뷔 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멤버 전원이 함께하는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초인은 결합과 완성이다. 니체의 초인이 재창조를 외치듯, 그도 극복과 도전을 위해 당분간 홀로 꿋꿋이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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