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분을 어디까지 맞춰야 할까요?

칼럼니스트 윤정원 2025. 4. 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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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는 엄마의 심리

Q. 6세 여자 아이입니다. 아이가 마음이 상했을 때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맞춰줬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인 제가 먼저 다가가서 기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아이 스스로 마음을 바꾸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도한 정서적 돌봄이 아이의 자발적인 시도를,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뺏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A. 1.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는 엄마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1) 영국 소아과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도널드 위니캇은 어머니와 유아 사이의 잠재적 공간에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잠재적 공간은 개인적이면서도 상호 변증법적 과정이 창조되는 심리적인 가상현실입니다. 어머니와 유아는 특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잠재적 공간을 만드는 세 가지 형태와 현상이 있습니다. 따로인 유아와 어머니 그리고 동시에 어머니도 유아도 아닌 제 3의 어떤 것인데 이는 뒤섞여 있는 정신과 정서로서 주체가 모호합니다. 질문자는 이 모호한 제3의 무엇을 마치 자신의 기분으로 느끼는 심리가 있습니다. 

2) 어머니와 긴밀하게 밀착되어 있던 유아가 서서히 주체로서 독립하면 자신의 기분을 자신의 것으로 책임질 수 있지만 만약 잠재적 공간에서 변증법적 과정을 거치지 않았거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엄마로부터 떨어져나오지 못하고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어머니가 아이로부터 떨어지지 못해서 아이의 심리적 독립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변증법은 두 개의 다른 개념들이 항상 변하는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 반대되는 개념을 창조하고, 그 특성을 규정하고, 유지하고 부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어머니와 유아의 관계 경험에서 서로의 다른 생각이 상호작용을 통해 맞춰져서 유지되고 또, 다른 생각이 서로에게 부정되거나 조율되기도 하고, 각각의 다른 개념으로 인정되기도 하는 것으로 이 과정이 대상관계와 사회성 발달에 기본이 됩니다. 태어나서 3세까지는 비언어적인 감각으로, 3세 이상 학령기 전까지는 주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3) 어머니와 유아의 심리적인 잠재적 공간은 독립과 통합을 위한 두 사람 만의 임시 거처와도 같은데 그 공간이 잘 형성된다면 유아는 자신의 생각을 사고하고, 자신의 감정을 느끼며 내가 있다는 자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을 의식하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고, 주체성을 갖게 됩니다. 현실에서 주체적인 나로서 존재하고, 기능하게 됩니다. 비로소 잠재적 공간은 소명을 다하고 현실 속으로 흡수될 것입니다. 위니캇에 따르면 잠재적 공간은 마음이 탄생하는 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나와 너, 우리라는 개념을 다시 정립합니다.

1) 잠재적 공간에서의 경험을 잘 해냈다면 어디까지가 너의 기분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감정인지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나는, 네가 너의 기분을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지도록 기다리고 견뎌주어야 합니다. 3세 무렵까지 잠재적 공간이 활성화되는 시기가 지나고 나면 유아기 동안 현실에서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개념을 다시 정리하고 체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재적 공간이 어머니와 유아 공동의 소유였다면 이제 독립적인 각자는 필요시에만 우리로서 연합하게 됩니다. 분리와 연합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면 생활 속에서 감정을 표현하며 조절하는 효능감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기분을 어디까지 맞춘다기보다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아이 스스로 제한하고 자제하는 능력의 효능감을 키워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맞춰주는 것이 어머니로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발달적 성취가 이루어진 후와 나와 너의 구분이 없는 상태에서는 맞춰주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발달적인 맞춤은 공감이 될 것이고, 나와 너의 구분 없는 맞춤은 융합된 경계 없는 넘나듦일 것입니다. 질문자의 고민은 경계의 문제이면서 아이의 불편함을 지켜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입니다. 불안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우선,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진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서 적절한 심리적 거리의 유지하고, 안정적인 어머니로서 믿음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과도한 정서적 돌봄이 아이의 자발적인 시도를,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뺏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의 경험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어야 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과 교육학 석사, 동대학 일반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에서 심리치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간이 평생 배워야 할 단 하나의 학문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철학과 소신으로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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