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서 사라진 ‘미국’…국제개발처 직원들, 지진 대응 준비 중 해고
구조 인력·장비 등 도착 못해
중국, 발빠른 파견 ‘존재감’
미국 빈자리 채우기는 한계

국제사회가 지진 피해를 당한 미얀마 지원을 서두르는 가운데 미국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재난 현장에 발 빠르게 도착해 구호 활동을 지원해온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사실상 와해된 데 따른 결과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재난 현장에 뛰어들었지만 해외 원조 ‘큰손’ 미국이 빠진 빈자리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3명으로 구성된 USAID 평가팀이 4월2일까지도 미얀마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미얀마 지진에 대한) 미국 대응은 통상적인 상황보다 더디다”고 소식통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외 원조를 부정적으로 평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규모 7.7 강진이 덮친 미얀마에 대해선 지원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지원 인력과 장비 등은 재난 현장에 닿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정부가 USAID를 사실상 해체한 조치와 무관치 않다고 미 언론들은 짚었다. USAID는 ‘연방정부 대수술’에 나선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집중 공세를 받고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진 발생 당일인 지난 28일엔 USAID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남은 프로그램을 국무부 산하로 이전하는 등 기관 해체 일정이 공식화됐다.
이에 따라 USAID 인도주의지원국 일부 직원들은 미얀마 지원 대응책을 준비하던 지난 29일 해체 일정이 담긴 e메일을 받았다. 이들 업무는 그날 오후 바로 중단됐다. NYT는 미얀마 양곤과 태국 방콕에서 인도주의 지원 고문으로 일할 예정이던 직원들도 해고됐으며, 재난 현장 대응팀으로 신속 배치할 수 있는 전 세계 위기 전문가와 이들을 지원하는 인력 등도 감축돼 USAID가 이미 마비 상태라고 전했다.
2023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USAID가 수색·구조 지원팀을 24시간 내 재난 현장으로 보낸 것과 비교하면 상황은 현저히 달라졌다. USAID 수색대와 구조견, 중장비를 재난 현장으로 운송하는 특수 수송 관련 계약마저 해지돼 지원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사라진 재난 현장에선 중국과 러시아 등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1400만달러(약 206억원) 지원을 약속했고 구조대원 126명과 수색견, 의료키트, 무인기(드론), 지진 감지기 등 장비를 미얀마에 보냈다.
미국의 공식 지원은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관이 “미얀마 인도주의 단체를 통해 최대 200만달러(약 29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데 그쳤다. USAID 아시아지부 부국장이었던 마이클 시퍼는 NYT에 “재난 현장에 미국은 나타나지 않고 중국만 보인다면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부재가 지진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임 USAID 해외재난지원국 국장 제러미 코니딕은 “미국 지원팀은 장비뿐 아니라 현지 구조대의 수색을 도울 수 있는 전문 지식도 제공해왔다”며 “세계 인도주의 자금의 약 40%를 제공하던 기부자(미국)가 떠난 자리는 메우기가 어렵다. 미국의 부재는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구조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NYT에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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