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3㎞ 숨겨 신주쿠처럼?···부산의 염원 ‘철도 지하화’ 사업 현장[가보니]

김지혜 기자 2025. 3. 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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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부산광역시 부산역 조차장. 도시의 동쪽과 서쪽을 가로지르고 있다. 김지혜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부산차량사업소 4층 옥상에서 내려다 본 부산역 조차장은 도시의 동·서를 확연히 갈라놓고 있었다. 조차장 동쪽이자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한창 건설 중인 북항 부두는 서쪽 중앙동의 원도심과는 그야말로 ‘딴 세상’이었다. 경부선에서 뻗어나온 17개 선로들이 모인 길이 940m, 폭 최대 84m의 조차장이 통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찾은 부산역 조차장은 국토교통부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선도사업으로 선정한 경부선 부산진역~부산역 구간의 일부였다. 부산시는 2036년까지 사업비 총 1조8184억원을 들여 2.8㎞에 달하는 해당 경부선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다. ‘제2의 미국 허드슨야드’ ‘일본 신주쿠 복합터미널’처럼 시민들이 철로의 양쪽을 단절 없이 오가는 통합된 공간을 꿈꾼다.

철도 지하화 사업의 핵심은 철로를 숨기는 것뿐 아니라 이를 통해 만들어진 지상 공간을 주거·상업·업무용도로 재개발하는 데 있다. 부산시가 이번 선도사업을 통해 확보하려는 개발 부지는 축구장 52개 넓이인 총 37만468㎡에 달한다. 철로를 인공지반으로 덮는 넓이는 전체 부지의 5분의 1에 불과한 6만6524㎡지만, 국토부와 부산시는 철로뿐 아니라 주변의 국·공유지까지 함께 개발하는 “선 아닌 면 단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찾은 부산진CY가 경부선 철도를 통해 인근 아파트와 분리되어 있다. 김지혜 기자

철도 지하화와 함께 개발되는 면적 중 대부분은 부산역 북쪽, 경부선 철도를 따라 펼쳐져 있는 부산진 콘테이너야적장(CY)을 통해 확보된다. 이날 찾은 부산진CY 주변에는 철도 지하화 사업에 대한 부산 시민의 오랜 염원을 보여주듯 “환영! 부산진역~부산역 철도 지하화 사업 확정!”이라는 현수막 여러 개 붙어 있었다. 부산진CY는 경부선 철도로 인해 인근의 고층 아파트와는 단절돼 컨테이너들만 오가는 삭막한 공간이었다. 향후 철도 지하화가 이뤄진다면 동구·중구 등 원도심 시민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상업·업무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부산의 철도 지하화는 기존의 철로를 유지한 채 상부를 인공지반을 덮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삼술 국토부 철도지하화통합개발기획단장은 “부산의 경우 지하 노선을 만들 만한 부지가 마땅치 않았다”면서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반 위로도 초고층 빌딩 등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치덕 부산시 철도시설과장은 “인공지반 위에는 3∼4층 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올리고, 다른 쪽에서 용적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부산시는 이곳에 국제교류, 금융, 관광 기능을 담은 주택·상업·업무 시설과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사업성 측면에선 일부 우려는 있다. 부산시는 상부 개발을 통한 이익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지하화 사업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수익성이 생각만큼 나올지는 미지수다. 하 과장은 “정부가 부지를 출자하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도 받았기 때문에 기존 도심 건설보다는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내년까지 기본계획을 세우고 2027년부터 시공에 돌입한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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