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머물렀지만, 지갑은 닫혔다”.. 외국인 72달러↓·내국인 만족도↓, ‘성장의 착시’에 갇힌 제주 관광

제주방송 김지훈 2025. 3. 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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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여행객 90% 시대… 체류는 늘었지만 지출은 후퇴
면세점·마트 외면, 전통시장·로컬상점 중심으로 소비 재편
크루즈·재방문↑“돈 안 써”.. 2025년 내국인 이탈 ‘본격’


2024년 제주는 눈에 띄게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국내 관광객 86.5%가 재방문했고, 외국인의 90.1%는 패키지가 아닌 ‘혼자 떠난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크루즈 관광도 부활하며 체류시간은 전년 대비 평균 48분 늘었습니다.

언뜻 겉으로 보면 성공처럼 보이는 회복 흐름입니다.

그러나 숫자는 정반대의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1인당 72.6달러를 덜 썼고, 내국인은 고작 4,000원 상당 더 썼을 뿐입니다.

만족도는 모두 소폭 하락했고, 제주 관광은 지금 ‘많이 온다=성공’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완전히 뒤집힌 지점에 서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면세점 대신 시내 상가로,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고, 모바일결제와 대중교통에 익숙한 개별여행 중심의 ‘새로운 소비 질서’가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과 인프라는 여전히 ‘묶어서 사고, 몰아서 움직이는’ 방식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는 여전히 어제의 방식으로 오늘의 여행자들을 붙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해외로 빠져나가는 내국인 여행 수요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단가 높은 골프·가족여행부터 2030의 ‘가성비 해외여행’까지, 제주가 더 이상 첫 번째 선택지가 아닌 흐름은 현실이 됐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많이 오게 하는 관광’이 아니라,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설계’입니다.
이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제주 관광은 숫자만 화려하고 실속은 없는 또 하나의 ‘착시 성장’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 사람은 더 오래 머물렀지만..

31일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2024년 제주 방문 관광객 실태 조사’ 결과 이처럼 달라진 관광 행태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조사 결과 2024년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의 평균 체류일은 3.74일, 외국인은 4.73일로 각각 전년 대비 0.09일, 0.2일씩 증가했습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크루즈 관광객도 평균 5.04시간 머무르며, 지난해보다 48분 더 제주에 체류했습니다.

관광객의 체류시간이 늘어났다는 건 제주가 여전히 ‘머물 가치가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재방문율도 높았습니다.
내국인의 최근 3년 내 재방문율은 86.5%로 치솟았고, 외국인도 10.1%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만큼 제주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 여행지’로 보는 인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그러나 얇아진 지갑

2024년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은 961.3달러로, 2023년 대비 72.6달러나 감소했습니다.내국인 관광객은 66만 9,979원을 지출해, 전년보다 4,136원 늘었지만 의미 있는 증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내국인 소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식음료비(19만 3,766원), 항공·선박료(14만 8,237원), 숙박비(13만 2,013원) 순이었습니다.

특히 외국인의 쇼핑비는 230.5달러로 여전히 가장 크지만, 소비가 면세점(68.8%)보다 시내상가(70.1%)와 전통시장(40.3%)으로 이동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대형마트는 오히려 비율이 하락했습니다.

■ 관광지는 매력적이지만, 만족도는 ‘뚝’

내국인의 전반적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04점, 외국인은 4.15점으로 각각 소폭 하락했습니다.
대중교통 편의성(3.55점), 여행경비 부담(2.93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고 외국인은 음식(4.13점), 언어 소통(3.77점), 교통정보 서비스(3.96점)에서 만족도가 떨어졌습니다.

‘보고 즐기는 데는 좋지만, 이용하고 소비하기엔 불편하다’는 평가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제주의 콘텐츠 자체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지만으나, 접근성과 사용 환경은 그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 크루즈 관광 회복에도, 사라진 식도락

2024년 크루즈 관광객의 평균 체류시간은 5.04시간으로 증가했으며, 만족도 역시 4.2점으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1인당 소비는 157.1달러로 전년보다 31.2달러 줄었습니다.
특히 식음료 지출은 16.9달러로, 51.51달러였던 전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대신 쇼핑(115.7달러)과 교통비(17.1달러) 지출은 늘었습니다. 이는 ‘먹고 즐기는 체험’보다 ‘보고 사는 관광’에 머물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 소비 구조는 바뀌었는데, 뒤처진 대응

제주의 소비 트렌드는 분명히 변하고 있습니다.

면세점·마트 중심의 대량소비에서 벗어나, 시내 상가·전통시장 중심의 경험소비로 이동 중입니다.

그러나 관광 동선은 여전히 ‘패키지식’, 가격 정책은 ‘관광객용’, 교통 시스템은 ‘렌터카 전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률은 외국인 기준 6.9%포인트(p)나 늘었지만, 실제로 ‘쉽게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모바일 결제, 소통 언어, 가격 안내 등 기본적인 ‘접근의 편의성’도 체류일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2025년, 진짜 위기 “내국인, 발길 멀어졌다”

올해 본격화된 해외여행 수요 증가, 국내 물가 부담, 교통비 상승은 내국인이 제주 대신 동남아, 일본 등 해외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첫 번째 선택지가 아니게 되는 순간, 관광시장은 회복이 아니라 구조적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국인 관광의 위축세는 단순한 통계 문제만은 아닙니다. 제주의 관광 수입 중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곧, 제주경제 자체의 내수 기반이 약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은 2022년 1,380만 3,508명에서 2023년 1,266만 1,179명, 지난해 1,186만 1,654명으로 2년 새 194만여 명이 감소했습니다.
올들어서도 2월까지 매달 10% 이상 내국인 감소세가 이어지고, 이달 역시 30일 현재 76만 명이 찾아, 전달(88만 명) 대비 14% 이상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많이 오는 관광?’, 아니,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설계’ 시급

그만큼 지금 제주 관광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숫자·통계 착시에 안주하지 않고, 관광객이 ‘더 오래, 더 자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하는 게 시급하다는데 무게가 실립니다.

가격과 콘텐츠, 이동과 정보, 예약과 결제, 소비의 목적지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제주는 기존 인기 관광지를 넘어 살아 있는 지역경제 생태계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역 관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관광정책의 키워드는 단순한 ‘집객’이 아니라, ‘체류 시간’과 ‘소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라며, “모바일 결제 시스템, 지역 교통 환경, 전통시장과 로컬 상점 중심의 쇼핑 콘텐츠, 그리고 언어·정보 접근성 개선까지 이 모든 퍼즐이 맞춰질 때 제주는 ‘찾는 곳’이 아니라 ‘쓰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024년은 그 전환점을 분명히 보여준 해였고, 2025년은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도 “지속가능한 관광 활성화와 관광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차별화된 관광상품 개발, 제주 접근성 확대,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을 통한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특별한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제주관광의 새로운 도약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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