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돌아온 지드래곤, 팔팔하지는 못했던 첫 발걸음 [현장에서]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5. 3. 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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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갤럭시 코퍼레이션

지드래곤이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29일 오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G-DRAGON 2025 WORLD TOUR 'Übermensch' IN KOREA'가 개최됐다. 솔로 가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어 기록을 세운 두 번째 월드투어 '2017 WORLD TOUR ACT Ⅲ M.O.T.T.E' 이후 8년 만에 개최된 지드래곤의 솔로 투어다.

지드래곤은 이번 투어의 포문을 알리는 고양 공연의 첫 콘서트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갤럭시 코퍼레이션

8년이라는 기다림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이날 콘서트는 예정된 시간보다 73분가량 늦게 시작했다. 현장 기상 상태가 돌풍으로 인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6시 30분 시작될 예정이었던 공연은 30분 지연된 7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바람이 휘몰아졌고 40여 분이 더 지난 끝에야 비로소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충분한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정됐던 7시가 됐지만, 화면에는 "부득이한 기상 악화로 인해 일부 연출 및 특수효과가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관객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오니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공연이 얼마나 연기가 되는지 안내되지 않았다. 7시 30분이 넘어가도록 뮤직비디오와 광고만 반복되자 성난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기다림도 지쳐갈 때쯤, 불이 꺼지고 지드래곤이 등장했다. 이번 공연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적 개념을 예술적으로 표현, 위버맨시가 초인으로 거듭나는 3단계를 스토리 텔링으로 구현했다. 왕관을 쓰고 등장한 지드래곤은 'POWER'와 'HOME SWEET HOME'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지드래곤은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지드래곤이 돌아왔습니다"라며 왕의 귀환을 알렸다. 

공연을 1시간 이상 지연시킨 강풍과 추위는 무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래 지드래곤은 초인처럼 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암크레인을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기상 상태로 쓰지 못했다. 또한 젊었을 적 모습을 재현하는 디에이징 기법 역시 빠졌다. 그러나 두 기법이 활용됐다고 하더라도 공연의 완성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연을 이끌어간 지드래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지드래곤은 대부분의 무대를 음원과 다르게 불렀다. 목을 긁는 창법을 주로 사용한 지드래곤은 멜로디를 음원과 다르게 부르고, 때로는 과감하게 가사를 생략하기도 했다. 적당한 변주는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날 무대는 신선함보다는 당혹스러움이 더 많이 느껴졌다. 무대를 마친 뒤 각종 SNS에는 부정적 의미로 지드래곤의 역대급 무대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SUPER STAR', 'INTRO. 권지용', 'ONE OF A KIND' 무대에 이어 CL과 함께한  'R.O.D', 'The Leaders' 무대 까지 마치고난 뒤에야 지드래곤은 "날씨가 추운데 이렇게 시작하게 돼 죄송스럽다"라며 공연 지연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또한 "안타까운 일도 있고 요새 시끄러운 가운데 편치 않을 텐데 가수로서 무대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리고 영광이다. 8년 만인데 의도했는지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뭐만 하면 8이다. 그게 제 팔자인가 싶다. '돈 팔로우'라고 해도 '팔로우 팔로우 미' 한다"며 "이번 컴백을 준비하면서 컴백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갈렸다. 오래 걸렸지만, 좋다"라며 관객들과 재회한 소감을 전했다. 

/사진=갤럭시 코퍼레이션

이어 지드래곤은 '크레용', '보나마나', '그XX', 'Butterfly', '너무 좋아', '니가 뭔데' 등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Today', '삐딱하게' 무대를 선보일 때는 객석으로 내려가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의 아쉬웠던 퍼포먼스와 별개로 볼거리 자체는 풍성했다. 'Heartbreaker' 무대에서는 비트박서 윙이 등장해 무대를 꾸몄으며, '개소리' 무대는 켄드릭 라마의 슈퍼볼 무대를 오마주한 구성으로 진행됐다. 세계적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가 합류한 'TAKE ME' 무대에서는 지드래곤이 기타로 레이저를 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사진=갤럭시 코퍼레이션

화려한 무대를 보여준 지드래곤은 이번 앨범과 공연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지드래곤은 "위버맨쉬 앨범이 니체가 나오고 사상·철학의 어려운 단어가 나오는 데 솔직히 있어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냥 열심히 계속하자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Ü로고를 활용한 구조물에 대해서는 "두 인물이 대치하고 있는데 '하트브레이커' 때의 제 모습과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촬영한 제 모습이다. 제 시작과 지금이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제가 마주하고 있고 저는 진행형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드래곤은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오랜만에 하는 첫 번째 콘서트인데 진짜 처음 같다. '이 뷰를 볼 수 있을까' 싶었다. 기대를 떠나 근 몇 년간 이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욕심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도 많았다. 와주신 분들이 행운이라고 하기에는 제가 행운이다. 오늘 이후로 위버멘쉬 투어는 한 걸음 뗐다. 한 바퀴 돌고 빨리 오겠다"며 활발한 공연을 예고했다.

또한 "내년에 제 형제들이 20살이더라. 20살이 되면 성인식을 해야 하지 않나. 징그럽지만 아주 섹시한 성인식을 구상 중"이라며 내년 빅뱅 컴백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진=갤럭시 코퍼레이션

냉정하게 봤을 때 이날 공연은 무대의 퀄리티보다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가장 큰 의의를 둬야 할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움직여 근육이 굳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드래곤이 8년 만에 뗀 첫 발걸음은 조금 휘청거렸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무대가 계속해서 이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드래곤 역시 "'위버멘쉬'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지금 모습이 어땠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연 이틀째인 30일에는 긍정적인 후기가 이어졌다. 

고양 공연을 마친 지드래곤은 5월 10일~1일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필리핀 불라칸, 일본 오사카, 중국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홍콩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추가 투어 날짜와 장소도 공개될 예정이다. 8년 만에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 지드래곤이 스스로의 약속처럼 팔팔 나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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