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동물의 수호천사… “온기 느끼게 해주고파” [차 한잔 나누며]
장애 호랑이 등 1000여마리 돌봐
배우 꿈 접고 아버지 권유로 시작
안락사 위기·열악한 환경서 구조
모두 야외 사육… 시설 확장 역점
“아픔 겪은 친구들 편히 지냈으면”
“버림받았거나 아픈 친구들(동물)을 주로 데려옵니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쌍둥이 동물농장’을 운영하는 남우성(34)씨는 일 년에 한 달을 채 쉬지 못한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 뒷다리를 절룩이는 호랑이부터 안구 적출수술을 받아 한쪽 눈이 없는 낙타류 과나코까지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물들이 1000마리에 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동물농장은 아버지의 꿈이었다. 40여 년 전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녹용을 먹이려고 사슴 몇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사슴은 60마리까지 늘어 소규모 농장이 됐다. 2012년 퇴직을 앞둔 아버지는 당시 23세였던 남씨에게 ‘동물농장을 해보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며 배우를 꿈꾸던 남씨는 아버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정식 개관까지는 3년이 걸렸다. 그 사이 동물농장이 문 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키우던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유기는 연간 70건에 달했다. 추운 겨울 우거진 수풀에 강아지를 버리고 가 죽은 채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가 계속되자 남씨는 동물농장 입구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유기보다는 기증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씨는 “지금은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남씨는 이번 영남권 산불로 죽고 다친 동물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2019년 옥계 산불 당시 화마가 동물농장 인근까지 덮쳤다”며 “다행히 불길을 잡았지만 10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아우성을 치던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했다. 이어 “동물들은 화재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더 많은 손길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남씨는 “좁은 실내 우리에 가둬 둔다는 이미지 때문에 동물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저희 같은 동물농장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2027년 12월부터 강화된 동물원법이 적용돼 문 닫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동물농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강릉=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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