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최대훈·'보물섬' 허준호·'언더커버' 김신록, 주연만큼 사랑받은 악역 3인방[스한:초점]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주인공을 능가하는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책임지는 '악역'들의 활약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냉정함과 광기, 권위와 불안, 계산과 폭력성이 교차하는 이 복합적인 인물들은 단순한 악인을 넘어 서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키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의 부상길 역 최대훈,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극본 이명희, 연출 진창규)의 염장선 역 허준호, M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극본 임영빈, 연출 최정인)의 서명주 역 김신록이 그 주인공이다. 각기 다른 장르와 세계관 속에서 세 배우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입체화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악역의 전형을 깬 이들의 활약은 단순한 위협이 아닌, 극 전체의 리듬과 온도를 조절하는 핵심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 최대훈, "학!씨" 한마디로 악역 눈도장 제대로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상길 역을 맡은 배우 최대훈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욕설 섞인 "학!씨"라는 추임새로 시청자들의 귀에 각인된 그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빌런'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세대 간의 질곡과 갈등이 얽힌 이야기에서 부상길은 오애순(아이유·문소리)과 끊임없이 대립하며 웃음과 분노, 연민을 동시에 유발하는 복합적인 인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최대훈의 등장은 단순한 반짝이 아니었다. 2002년 단편영화로 데뷔한 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온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2024년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의 흑화된 군주 이선,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2024)의 '지옥의 재판관' 장문재, 그리고 디즈니+ 시리즈 '트리거'(2025)에서 탐욕의 끝을 보여준 국회의원 조진만까지, 다양한 악역을 연이어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트리거'에서는 누나 역 추자현과의 대립 장면으로 감독의 극찬을 끌어내며, 진정한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아는 배우'에서 '악역 장인'으로 우뚝 선 최대훈. 드라마 속에서 짠함과 분노를 오가는 복합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하며, 단순한 조연이 아닌 극의 무게중심을 흔드는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마흔다섯, 데뷔 20여 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는 그의 오랜 연기 내공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냉정, 폭력, 광기…허준호표 빌런 클래스
이보다 더 살벌할 수 있을까. '보물섬'에서 허준호는 비선 실세 염장선 역을 맡아 악역 캐릭터를 강렬하게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는 조카 염희철(권수현)에게까지 분노를 폭발시키는 모습으로 '악의 끝판왕'다운 위엄을 뽐냈다.
염장선은 겉으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지만, 언제든 폭력과 조작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박형식(서동주)을 납치해 물고문을 지시하고,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곁에 있던 허일도(이해영)를 명패로 내려치는 장면은 허준호의 무자비한 연기를 극대화한 명장면이었다. 대통령에게조차 "우리가 하고 싶은 정치"라며 기선을 제압하고, 피를 묻히는 순간에도 감정 없이 피를 닦아내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냉정한 침묵이 더 큰 공포를 안겼다.
허준호의 이러한 악역 연기는 이미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2023)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신령이 되기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당의 영력을 사냥하는 법사 '범천' 역을 맡아 인간과 초자연을 넘나드는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선보인 바 있다.

▶ 소름 돋는 정적, 김신록이 보여주는 '권력의 얼굴'
'언더커버 하이스쿨'에서 김신록이 선보이는 악역 연기가 매회 소름을 유발하고 있다. 극 중 이사장 서명주 역을 맡은 그는 권력의 중심에 서서 냉철하고 계산적인 말투, 그리고 한 치의 동요 없는 표정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9회에서는 경찰 조사를 받았던 명주가 다시 등장해 서강준과 정면으로 맞붙으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김신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단순한 악역의 틀을 넘어선, 냉정하고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정해성(서강준)과의 대치 장면에서 USB를 들이밀며 궁지에 몰아세우는 상황에서도 끝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악역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단 한마디, 단 한 표정만으로도 전율을 안기는 그의 연기력은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강렬한 악역 연기는 김신록의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2024)에서 범동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옥'(2024)에서는 박정자 역으로 강렬한 서사의 출발을 열었다. 또 '스위트홈' 시즌 2·3(2023, 2024)에서는 지반장 역으로 등장해 극의 극강의 생존 서사를 이끌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장르를 넘나들며 캐릭터의 본질을 꿰뚫는 김신록의 연기는 이번 언더커버 하이스쿨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처럼 최대훈, 허준호, 김신록은 단순한 악역을 넘어, 한 작품의 분위기와 서사를 좌우하는 강력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는 단지 미움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복합적인 감정을 유도하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악역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라 서사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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