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가정용 로봇으로 ‘중국산의 역습’에 되치기

고명훈 시사저널e.기자 2025. 3. 31.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AI에 대한 인식 부정적…안전한 한국 AI 기반 ‘홈봇’ 경쟁력 확보
주요 로봇업체 인수로 기술력 강화…상용화 준비 박차

(시사저널=고명훈 시사저널e.기자)

중국의 저가 공세로 산업용 로봇에서 주도권을 잃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정용 로봇 '홈봇(Homebot)'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반격에 나선다. 제조 현장에서 상업용 시장을 거쳐 가정용 로봇의 상용화까지 내다보며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홈봇은 사람 대신 집안일을 수행하는 로봇을 말한다. 현재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인 상용 제품이다. 가정용 로봇은 휴머노이드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그 기술 단계에 접어들기 전까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은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기 역할도 기대돼 성장 가능성이 높다. 금융서비스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글로벌 가정용 로봇 시장이 2023년 80억 달러에서 2028년 189억 달러로, 연평균 18.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1월9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에 앞서 공개한 AI 집사 로봇 '볼리' ⓒ연합뉴스

삼성·LG, 'AI 홈 허브' 가정용 로봇에서 유리

국내 기업은 현재 AI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LG전자는 'LG씽큐(ThinQ)'라는 AI 홈 플랫폼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CES'에서 작년과 올해 연이어 스마트홈 허브 역할의 가정용 로봇 신제품 '볼리'와 'Q9'을 각각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바퀴가 달려 있으며, 집 안에서 키우는 반려견을 연상케 하는 크기다. 삼성전자는 오는 5~6월 한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정식 출시 예정이며, LG전자도 올 하반기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 출시를 본격화한다. 가정용 로봇 분야는 중국산 AI를 기피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로봇은 아직 시장이 열리진 않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TCL 등 중국 기업들도 국내 기업들과 유사한 형태의 AI 홈 허브 기반 로봇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딥시크가 그랬듯이 중국 소프트웨어를 향한 고객사들의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향후 휴머노이드 형태로 진화할 홈봇 시장에 대응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주요 로봇 기업들을 인수하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작업도 마무리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레인보우로보틱스 394만 주를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자회사 편입을 확정했다. 지분 인수에 들어간 금액은 약 2675억원에 달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한 로봇 전문기업으로, 이동형 양팔로봇으로 대표되는 협동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자율주행 로봇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의 초기 수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인 오준호 교수가 맡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제품군으로 당장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이 회사의 원천기술을 통해 AI 로봇 개발에 매진한단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집중하는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센서가 들어간 머리, 물건을 집을 수 있는 로봇핸드(손), 이족보행이 가능한 다리 등 사람의 형태와 기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다수 산업 현장에 투입될 제조용 로봇 기술에 치중됐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가정용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전망하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점은 2028~30년 무렵이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정용으로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면 2040년 800만 대, 2050년 6300만 대가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1월9일 LG전자가 'CES 2024' 개막에 앞서 공개한 반려가전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연합뉴스

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가정용 로봇 개발 속도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쓰이려면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B2B(기업 간 거래) 제품으로 제조공장에 적용되거나 사람과의 협동 없이 로봇 단독으로 활용되는 사례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에 앞서 중간 단계의 가정용 로봇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신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재철 LG전자 HS본부장(사장)은 "홈로봇의 경우 궁극적으론 휴머노이드를 얘기하고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간 단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에도 관련 폼팩터가 많이 나왔는데 꼭 이족보행 형태가 아니더라도 휠(바퀴)을 기본으로 하는 모델도 많이 나오고 있고 그런 중간 단계를 거친다면 빠른 시간 내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상업용 자율주행 로봇 전문업체인 베어로보틱스 인수를 결정했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회사다. 로봇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군집 제어 기술, 클라우드 관제 솔루션 등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LG전자는 단기적으론 상업용 로봇 판매에 집중한다. 상업용 로봇 브랜드인 '클로이 로봇'과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베어로보틱스 외에도 웨어러블 로봇에 강점을 둔 엔젤로보틱스, 로봇 부품 전문업체인 로보티즈에 지분을 투자해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회사인 로보스타도 이미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각 분야 주요 로봇 회사들과 협력해 확보한 원천기술을 토대로, 중장기적으론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또는 그 전 단계의 가사 로봇 개발까지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제조용 로봇과 상업용 로봇은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이미 점유율을 장악한 상태"라며 "LG전자가 산업용·상업용 로봇을 같이 개발하고,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목적은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중국산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기 위함이 크다. 결국엔 홈 로봇 등 서비스 영역에 내부 역량을 더 집중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