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일주일째 마은혁 임명 미루는 한덕수, 헌재 ‘탄핵 기각’이 면죄부?
당시 정치적 상황 등 고려한 결정일 뿐
“재판관 미임명은 위헌” 일관되게 지적
법조계 “임명 미루면서 위헌성 짙어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재판관 8인 체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의 추측대로 재판관 8인의 의견이 ‘5대 3’으로 갈려 어떤 결정도 못 하는 상황이라면 ‘9번째 재판관’이 임명되어야 이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후로도 일주일째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다가 탄핵소추된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 미임명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다시 무시하면서 헌정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헌재가 꾸준히 “위헌” 판단했는데도 뭉개는 한덕수
헌재는 최근 결정 선고를 내린 사건들에서 “국회 몫 재판관 임명을 미루는 것은 위헌”이라고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우선 지난달 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국회가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에서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결정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 사건에선 재판관 의견이 네 갈래로 나뉘었지만 “헌법 위반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게 재판관 다수의 의견이었다. 당시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4명(문형배·이미선·정정미·김형두)과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 등 5명은 “재판관 3명 임명권은 국회의 독자적 권한이고, 대통령이나 권한대행이 이를 임의로 보류하는 건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한 권한대행을 파면하지 않은 것은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계속되는 사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됐고, 권한대행의 역할과 범위 등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을 무시할 의도를 갖고 임명을 미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지만 재판관 미임명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재판관 미임명은 위법 행위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던 김복형 재판관도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기한이 ‘즉시’가 아닌 ‘상당한 기간 내’로 봐야 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뒤 일주일 동안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전보다 심각한 위법행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 후보자가 선출된 바로 다음 날 한 권한대행이 탄핵당해 (후보자를 검토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게 헌재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기각한 논리”라며 “당시 상황으로는 위법성이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까지도 임명을 미루는 건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헌재의 시간…“4월18일 넘기면 헌재 마비”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8일 최 부총리에 이어 한 권한대행을 상대로 재판관 불임명에 대한 두 번째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제기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헌재의 최근 결정으로 보면 한 권한대행의 행위가 ‘위헌·위법’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인 만큼, 이를 통해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우 의장이 마 후보자가 공식 임명되기 전까지 임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야권에선 한 권한대행 재탄핵까지 예고했다.
권한쟁의 사건 등에 대한 헌재 결정이 신속하게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거나 헌재가 신속한 선고 결정을 내리지 않는 이상 현 상황이 일거에 바뀌기는 어렵다. 특히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 달 18일까지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헌재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 교수는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는 ‘6인 체제’가 돼 결정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몫을 임명하는 ‘소극적 행위’만 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다수설인데, 한 권한대행이 이마저 무시하고 대통령 임명 몫인 재판관 후임자를 직접 임명해 적극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또 다른 헌법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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