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이정효 감독 물병 차기는 했지만…규정상 경고 아닌 퇴장이 억울한 광주, 혹시 괘씸죄?

이성필 기자 2025. 3. 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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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대전 하나시티즌전 후반 종료 직전 물병을 차 퇴장 당했다. 광주는 경고도 아니고 퇴장 조치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대전 하나시티즌전 후반 종료 직전 물병을 차 퇴장 당했다. 광주는 경고도 아니고 퇴장 조치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 "(심판 판정) 재심에 대해 논의해볼까 싶습니다."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광주FC의 맞대결은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웠다.

하나금융그룹이 모기업인 대전이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1위를 질주, 우승 후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축구대표팀에 차출됐던 주민규는 5골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광주는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기적을 연출하며 8강에 올라 유럽 빅리그 출신 스타가 즐비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상대하게 됐다.

지난 22일 4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순연 경기에서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중앙 수비수 조성권이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포항 어정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안면부부터 그대로 강하게 떨어져 곧바로 구급차가 들어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순간 이정효 감독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고 심판진을 향해 선수 보호를 위한 판정을 해달라 소리쳤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광주는 강현제에게 극장골을 얻어맞으며 2-3으로 졌다.

아쉬운 패배를 뒤로 하고 이 감독은 대전전을 자신 있게 준비했다. 그는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우리가 경기를 못하고 패하는 것도 아니고 준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긍정했다.

뚜껑을 연 경기도 그랬다. 대전이 잘하는 빌드업을 무력화,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로 수비를 흔들었고 전반 33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복잡함을 뚫고 헤이스가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슈팅 수가 광주가 6-0으로 앞설 정도로 대전은 당황했다.

황 감독의 대응은 전반 막판 주민규. 김인균 투입으로 후반 주도권을 잡았고 광주의 템포를 떨어트렸다. 16분 김인균이 머리로 골을 넣으며 효과를 봤다.

재미있게 흘러가던 경기는 추가시간 송민석 주심이 갑자기 최현재 대기심에 다가가 이야기를 듣더니 이 감독에게 레드 카드를 꺼내 퇴장을 명령하면서 어수선해졌다.

광주 측의 상황 설명은 이렇다. 이 감독이 벤치에서 상대방이나 심판 쪽이 아닌 자기 측 벤치로 물병을 걷어찼다고 한다. 찬 의도는 악의가 없는, 순전히 승부에 몰입하다 보니 경기가 조금 풀리지 않아 그런 행동이 나왔다는 것이다. 워낙 "미쳐야 한다고"를 외치며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이 감독이라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 이날 경기는 광주 헤이스가 선제골을 넣고 대전 김인균이 동점골을 터뜨려 1-1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날 경기는 광주 헤이스가 선제골을 넣고 대전 김인균이 동점골을 터뜨려 1-1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날 경기는 광주 헤이스가 선제골을 넣고 대전 김인균이 동점골을 터뜨려 1-1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심판 측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이날 심판진은 취재진이 설명을 부탁했지만, 그냥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신 경기 감독관의 '공식적인' 설명은 이랬다. "이 감독이 판정에 아쉬움을 품고 광주 벤치 쪽으로 물병을 걷어찬 것이 문제가 됐고 퇴장을 당했다"라고 한다.

경기 몰입도가 남다른 이 감독이지만, 물병을 걷어찬 행동에 대해서는 심판들이 '반스포츠적인 행위'로 판단했다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이를 두고 광주 구단은 억울하다는 생각이다. 경기 중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며 누구도 위협할 생각도 없는 자연스러운 '승리욕의 표출'인 것을, 심판진이 일단 '판정에 대한 불만'이라는 자의적으로 과하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다른 의심도 있다. 이른바 '괘씸죄'다. 앞선 포항전에서 조성권의 뇌진탕 장면 당시 심판진에게 선수 보호를 외쳤던 불만이 고스란히 생중계를 타고 나간 것이다. 정당한 요구를 자칫 심판의 판정 권위에 도전하는, 불손함으로 볼 수 있고 물병을 찬 행위로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이 감독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한축구협회(KFA) 경기 규칙 12조 '파울과 불법행위'의 3항 '징계조치-공고' 중 말이나 행동으로 항의하는 경우에서 '음료수병 또는 다른 물체를 던지거나 발로 차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고'로 규정하고 있다. 예상 밖의 퇴장 처분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조제 무리뉴 페네르바체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재임 시절 물병을 걷어 차 퇴장 당한 경험이 있다. 서정원 청두 룽청(중국) 감독도 2017년 9월 FA컵 4강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심판의 일관성 없는 판정에 격분해 물병을 던졌다가 퇴장 조치 됐다. 지난해 강원FC를 이끌었던 윤정환 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도 경기 종료 후 물병을 차 퇴장으로 두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광주는 면밀하게 이 감독의 행동을 따져본 뒤 사후감면 요구 등 여러 조치들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역시 선수가 아닌 지도자는 규정상 재심 대상이 아니다. 판정이 바뀔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규정상 공식 기자회견이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대신 나선 마철준 수석 코치는 이 감독의 퇴장 상황을 두고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단답형으로 말한 뒤 향후 몇 경기 지도력 공백에 대해 "경기장에나 적용되는 것이지, 훈련이나 미팅 상황은 늘 함께 한다. 운동장에 없다고 해도 똑같은 경기력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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