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0% 떨어진 강남 회사 가보니…"반도체 한일전, 1등 하겠다"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윤현주 2025. 3.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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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리드프레임 글로벌 2위
최영식 해성디에스 대표 인터뷰

“日 미쓰이 잡고 3년 내 1위 될 것
고부가 반도체 기판 사업도 속도
올 매출·영업익 두 자릿수 증가”

iM증권 목표가 3만6500원 제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 7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양정은 사원이 PCB 서브스트레이트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3년 내 반도체 리드프레임 세계 1위에 오르겠습니다.”

최영식 해성디에스 대표(1964년생)는 지난 28일 회사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으로 리드프레임과 볼그리드어레이(BGA) 서브스트레이트(반도체 기판)를 주력으로 제조 및 판매한다. 서울사무소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508 해성2빌딩 8층에 있고, 최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1일 대표이사(임기 2년)로 취임했다. 

최영식 해성디에스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현주 기자

해성디에스는 1970년대 삼성전자(당시 삼성반도체)의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부가 모태로 해당 사업부가 1980년대 삼성테크윈으로 이관됐다.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따라 2014년 해당 사업부를 해성그룹이 인수하면서 해성디에스가 탄생한 것이다. 2016년 6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508 해성2빌딩 8층에 위치한 해성디에스 서울사무소. 윤현주 기자

리드프레임과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제품의 특징은 반도체 칩을 보호하고 전기적 연결, 열방출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다만 리드프레임은 전기적 연결을 리드(다리)를 사용하는 패키징 방법이고,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는 서브스트레이트(기판)을 사용하는 차이가 있다. 리드프레임은 제조 과정이 상대적으로 간단해 전기적 특성은 낮지만 제조비용이 저렴하다.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는 다층의 배선을 구성하기 때문에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패키지 크기도 작다. 

김대혁 과장은 “최근 대부분의 반도체 패키지는 크기가 작은 서브스트레이트 방식이나 고속의 전기적 특성이 요구되지 않은 제품은 값싼 리드프레임을 선호하고, 자동차 등 안전성이 중요한 제품에도 리드프레임이 선호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경영기획팀 직원들이 올해 투자 관련 소규모 회의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반도체 리드프레임 세계 2위 해성디에스 “3년 내 1위 도전”

해성디에스 매출의 72%를 담당하는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에 부착되는 금속 기판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이를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 유일 리드프레임 업체이자 세계 2위(시장 점유율 8%)로 1위 일본 미쓰이와 점유율 격차는 1%포인트다. 대만 업체인 CWTC(7%)와 일본 업체인 신코(6%)가 빅4로 불린다.

최원 차장이 창원사업장 생산능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최 대표는 “품질·매출 등 주요 지표에서 3년 내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게 1차 목표다”며 “자동차 및 산업용 반도체 고객사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기술 초격차에도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과 거래 중이다. 지난해 말 반도체 특허는 총 475건 보유했는데 리드프레임 202건, BGA 166건, 기타 72건, 디자인권 20건, 상표권 15건이 있다. 

전용균 이사가 신용카드에 들어가는 COB(칩카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BGA 기판’은 주로 서버나 데이터센터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부가 반도체 인쇄회로 기판이다. 리드프레임보다 약 2~3배 비싸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국내 경쟁사로는 삼성전기, LG이노텍, 대덕전자가 있다. 해성디에스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이 있다. 반도체 후공정 전문 기업인 해성디에스의 ‘심장’은 경남 창원에 있다. 약 3만평 규모의 창원 공장 생산 능력은 설비 대수(리드프레임+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기준 547대다. 

장석균 전무가 올해 BGA 영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특히 고객사의 반도체 후공정을 간소화하는 ‘초박막 팔라듐(μ-PPF)’ 도금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리드프레임에 적용했다. 서브스트레이트 부문에서도 공정 간 이동 시간과 거리를 줄인 릴투릴(Reel to reel) 방식을 도입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서브스트레이트란 반도체 칩과 주기판인 인쇄회로기판(PCB)을 연결하고 습기나 불순물로부터 칩을 보호하는 구조물이다.

이현 사원(왼쪽)과 홍진기 과장이 주총 후속 업무 논의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최영식 대표 “올 매출·영업익 두 자릿수 증가 도전”

최 대표는 “2분기부터 DDR5용 서브스트레이트 출하 개시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두 자릿수 증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장으로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며 높은 신뢰성 실현이 가능한 리드프레임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고, 패키지 신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부가 표면처리 기술과 정밀 회로 구현 기술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동체 반도체 회사들을 대상으로 공격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성룡 차장이 해외 거점 전략 회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 윤현주 기자

또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5배, 자율주행차가 10배 정도 소요된다”며 “올해 글로벌 리드프레임 시장은 14%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최종 고객사인 BMW·벤츠·테슬라 등 ‘친환경차 질주’ 여부가 승부처인 셈이다. 

이기민 부장이 신규 투자 효과를 검토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최근 5년간 실적은 우상향이다. 2020년 매출 4587억원, 영업이익 43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6030억원, 영업이익 569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31.46%, 30.8%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에 2022년 매출 8394억원, 영업이익 2044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당시 영업이익률은 24.35%에 달했다. iM증권은 올해 매출 6320억원, 영업이익 710억원을 전망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2만7350원으로 2023년 7월 31일 전고점(8만400원) 대비 65.98% 폭락했다. 이를 지적하자 최 대표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기판에 집중됐으나 추후 ETS(회로 패턴이 절연재 안에 묻혀있는 회로 기판), FCCSP(범프를 이용해 뒤집어진 채 기판과 연결하는 패키징 기법으로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와 같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국내 반도체 기판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20여년 ‘기판 베테랑’의 한 수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해성디에스 월봉 그래프 캡처.

총 주식 수는 1700만주로 해성산업(지분 34%) 외 특수관계인 2인이 지분 36.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공단 7.23%, 외국인 10.53%로 유통 물량은 45%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841억원, 유형 자산 4246억원을 갖고 있다. 현 시가총액(4650억원)을 넘어선다. 부채비율 42.77%에 그치고 자본유보율 553.84%다.

송민석 사원이 파트너사 감사패를 제작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작년 배당, 은행 예·적금 추월 … “PCB 주요 공급사 장기 프로젝트 진행”

2016년 상장 후 현금 배당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은 800원으로 배당수익률(3.42%)은 웬만한 시중은행 1년 정기 예·적금보다 낫다. 최 대표는 “주주환원 차원에서 당기순이익의 25% 배당성향은 유지할 것이고 투자자와 기업설명회 및 CEO IR 데이, 창원 공장 투어 등 다양한 소통 방식으로 비전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성원아 과장이 회사 경영 이념을 살피고 있다. 윤현주 기자

최 대표는 “리드프레임 세계 1위 등극과 PCB 주요 공급사 프로젝트가 순항 땐 주가는 우상향 할 것이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기, LG이노텍, 대덕전자 등 국내 ‘PCB 빅3’와 경쟁을 하기에는 아직 연 매출이 2000억원 정도에 그쳐 2029년 정도 돼야 주요 공급사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전기차 시장의 영향을 받는 리드프레임 사업 구조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고객사의 업황과 관련 있는 반도체 기판 사업은 전방 시장의 영향을 받아 실적 추이를 잘 살펴야 한다. 

 연봉 3000만원 받던 직장인 ‘억대 연봉’ 대표로

최 대표의 사회 첫발은 1995년 12월 삼성전기 과장이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비교적 늦은 나이인 31세에 취업을 했다. 대학원에서도 도금을 전공해 삼성전기 기판 관련 사업을 장기간 경험할 수 있었다. 입사 첫해 연봉은 약 30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억대 연봉’을 받는 대표이사로 성장했다. 

김윤강 차장이 회사 경영방침을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그는 삼성전기에서 23년 근무했고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에칭 전문회사 협진커넥터, 커넥터 전문회사 신성프리시전 대표를 동시에 맡았다. 남들이 보면 꽃길만 걸어온 것 같지만 실상은 전투의 연속이었다. 주 6일제와 밤샘 근무를 병행하며 목 디스크 증상까지 겪은 것이다. 최 대표는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손목이 아파 오른손 마우스 작업을 왼손으로 쓰기도 했고, 의사 말보다 기판 사업에만 몰입했던 것 같다”며 회상했다. 그는 건강관리 중요성을 깨닫고 서서 일하는 자세를 중시하고 스트레칭도 자주 한다고 한다. 

BGA 영업팀 근로자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특히 2022년 여름을 잊지 못한다. 그는 “신성프리시전 주공장이 화재로 소실됐다”며 “대형 고객사에 주요 부품을 100% 공급하고 있었는데,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고객사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나 싶었는데 한 달 반 만에 새 장비를 들여 생산을 재개했다”며 “함께한 동료들이 가장 든든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리드프레임 영업팀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일본이 독점하던 하이엔드 기판 시장에 깃발을 꽂는 순간도 있었다. 최 대표는 “삼성전기 수원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하다 2002년부터 FCBGA 기판 사업에 참여했는데, 이듬해 시제품 양산에 성공하고 2004년 양산 체제를 만든 게 가장 보람차다”고 강조했다.     

청춘들을 위한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성공과 돈은 좇는다고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항상 인내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말고 구체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달성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면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수 대리 결재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또 “사회생활에선 역지사지의 자세가 중요하다”며 “행동하기 전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배려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남기 마련이니, 어느 순간 주변에 자신을 도와주고 응원하는 귀인들이 가득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말부터 예상되는 DDR5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출하 개시와 2분기 본격 출하 증가 현실화에 따라 올해 실적 개선 강도가 결정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는 3만6500원을 제시했는데 현 주가 대비 33.46% 상승 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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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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