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잿더미 앞에서, 나는 기자이자 피해자였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일주일간 이어진 진화 작전 끝에 주불이 꺼졌지만, 남겨진 건 재와 상흔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도 펜을 들었던 기자는 다시 불붙은 산 앞에서 기록을 시작했다.
그러나 잔불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날 새벽 안동 고하리와 의성 신평면에서 산불이 다시 발생하며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기자 역시 이번 산불의 피해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일주일간 이어진 진화 작전 끝에 주불이 꺼졌지만, 남겨진 건 재와 상흔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도 펜을 들었던 기자는 다시 불붙은 산 앞에서 기록을 시작했다. 피해자이자 기록자로서 바라본 현실, 그리고 잿더미 위에 움튼 봄의 가능성을 담았다.
━
산림청과 경북도, 소방청, 군부대, 경찰청 등 총력 대응이 이어졌고, 전날 오후 주불이 진화됐다. 그러나 잔불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날 새벽 안동 고하리와 의성 신평면에서 산불이 다시 발생하며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
기자 역시 이번 산불의 피해자다. 25일, 기자가 소유한 의성군 점곡면의 건물이 화재로 전소했다. 당일은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된 날과 같았다.
삶의 터전을 잃어 담담하게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했지만, 나홀로 불타버린 건물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홀로 건물을 쳐다보며 그동안 있었던 추억과 공들여 쌓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 눈물을 훔치게 된다.
현장을 찾았을 때 기자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기둥은 무너졌고 철문은 녹아 있었으며 건물은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져 있었다. 기자에게 그것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인생의 일부분이었다.
━
기자는 그들의 말을 기록하면서도, 그들의 감정을 단지 받아적는 게 아니라 직접 느끼고 있었다. 취재의 객관성과 거리감은 이번 만큼은 무의미했다. 그들의 상실이 곧 나의 상실이었고, 그들의 눈물이 곧 나의 눈물이었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조립식 임시주택 제공과 피해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기자가 피해를 입은 건물조차 정부 보상금으로는 건축 잔해 정리조차 어렵다.
결국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고 금전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이재민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현금 보상은 부족하고 장기적인 주거 대책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재산만 잃은 것이 아니라 생계 기반과 공동체 자체가 무너진 경우도 많다.
━
며칠 전 기자는 잿더미가 된 건물터에서 작은 새싹 하나를 발견했다. 불길도 재도 그 생명을 꺾지 못했다. 기자는 그 순간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 기록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불은 많은 것을 태웠다. 그러나 모두를 태우지는 못했다. 희망은 타지 않았다. 삶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자는 다시 펜을 들었다. 기록은 슬픔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해자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기록자로서 살아 있습니다. 잿더미 위에도 봄은 옵니다. 희망은 반드시 피어납니다."
의성=황재윤 기자 newsdeer@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자취방 앞에서 음란행위, 핥기까지"… 변태남 '충격' 정체 - 머니S
- "XX 좀 보겠다"… 김수현, 19세 김새론에 보낸 '충격' 영상 - 머니S
- 한뼘 드레스 입고 '보일락 말락'… 걸그룹 출신, 과감한 노출 '헉' - 머니S
- 미역국에 '콩·김치'뿐… 6시간 산불 진화한 소방관의 '짠한 저녁' - 머니S
- '장사의 신' 백종원의 침몰?… 이번엔 '덮죽 허위 광고 의혹' 고발 - 머니S
- 싱크홀 사고로 사람 죽었는데… 김경화, 딸 '급식 불만'에 여론 냉랭 - 머니S
- "기름 넣으세요"… 주유소 휘발유 가격 8주 연속 하락 - 머니S
- 산불 사상자 70명…역대 최대 피해 속 산청·하동 진화 계속 - 머니S
- "안고 자고파" 김수현, 김새론에 보낸 카톡 조작?… "토씨 하나 안 틀려" - 머니S
- '싱크홀 대체급식 불만' 김경화, 여론 뭇매에 사과… "생각 짧았다" -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