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신의 뜻?... 다윈의 위험한 생각? 위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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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료했다.
신광복(서울대 과학학과·철학과)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왜(why)'라는 질문은 ①원인(cause)을 묻는 '어떻게 해서(how comes)'와 ②이유(reason)를 묻는 '무엇을 위해(what for)'로 나뉜다"면서 "다윈 전에는 '무엇을 위해'라는 것은 신의 의도나 목적으로 귀결되는 것이었으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다윈은 생물학과 생물철학을 하려면 이 질문을 꼭 던져야 하도록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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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C. 데닛, 다윈의 위험한 생각

"말해줘 별들이 왜 빛나는지/ 말해줘 담쟁이가 왜 휘감는지/ 말해줘 하늘이 왜 그토록 파란지/ 그러면 말해줄게 내가 왜 널 사랑하는지" ('왜 그런지 말해줘·Tell Me Why' 노래 가사 중)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료했다. '신의 뜻'이었다. 실제로 이 노랫말의 다음 구절은 이렇다. "신께서 별들을 빛나게 만드셨기 때문이지/ 신께서 담쟁이를 휘감게 만드셨기 때문이지/ 신께서 하늘을 그리도 파랗게 만드셨기 때문이지/ 신께서 너를 만드셨기 때문이지. 그게 내가 널 사랑하는 이유지"
진화론은 곧 만능산
1859년 찰스 다윈의 책 '종의 기원'은 더 이상 이 답변을 유효하지 않게 만들었다. 다윈은 퇴출된 신의 자리에 '자연선택'을 앉히고 만물을 설명했다. 파장은 엄청났다. 과학철학자이자 미국 터프츠대 교수였던 대니얼 C. 데닛이 다윈의 생각을 "모든 전통적인 개념을 부식시킬 뿐 아니라, 그 먹어 치운 자리에 혁명을 겪은 새로운 세계관"을 남긴 '만능산(universal acid)'에 비유하는 이유다. 데닛의 책 '다윈의 위험한 생각'은 진화론이 단순히 생물학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인류가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전복했는지를 샅샅이 밝히는 '다윈주의적 사고에 대한 안내서'다.

다윈의 사상은 금지됐던 불온한 질문을 허락했다. 신광복(서울대 과학학과·철학과)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왜(why)'라는 질문은 ①원인(cause)을 묻는 '어떻게 해서(how comes)'와 ②이유(reason)를 묻는 '무엇을 위해(what for)'로 나뉜다"면서 "다윈 전에는 '무엇을 위해'라는 것은 신의 의도나 목적으로 귀결되는 것이었으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다윈은 생물학과 생물철학을 하려면 이 질문을 꼭 던져야 하도록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설명한다. 담쟁이는 '신이 보시기에 좋게' 휘감는 게 아니라, 그저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과학적 답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신도 문화... 진화의 산물
데닛은 이 책에서 다윈의 생각을 두 가지로 축약한다. 첫째, 모든 종이 분화되는(진화) 과정은 알고리즘으로서의 자연선택 과정이고 둘째, 이 알고리즘은 무목적적이라는 발상이다. 즉 진화는 "우연을 입력값으로 하는 알고리즘적 과정들의 연쇄에 불과할 뿐" 박테리아와 같은 생물이 인간이 되겠다는 목적을 갖고 진화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다윈에 따르면 이 세계는 누군가 의도를 갖고 창조한 것이 아니다. 필연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 신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생겨났다.
다윈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마음도 진화의 결과물이자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다.문화도 두뇌의 소산일 뿐이다. 저자는 언어, 예술, 윤리, 과학, 종교 등 문화가 등장한 과정도 세균이나 포유류, 인간을 발달시킨 과정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해설한다. 창조는 없으며 신도 인간이 만든 문화의 한 일부로서 존재한다.

"5년간 번역, 2년간 편집"

책은 1995년 미국서 초판이 출간된 데닛의 대표작이다. 저자의 명성에도 한국어 번역 출간이 늦어진 건 문학, 철학, 과학을 넘나드는 데닛의 사유를 따라잡을 번역가를 찾지 못해서다. 그러다 과학철학자인 현재의 역자를 만나 약 5년간의 번역 작업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신 번역가는 "이 책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라도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집요한 지적 모험을 해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겸손함을 갖게 한다"며 "30년 전 나온 책이지만 '낡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고인이 된 데닛의 마지막 책, '나는 생각해왔다(I've Been Thinking)'도 번역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출간된다.
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분야마저 과학철학이다. 독자로선 차마 펼쳐볼 엄두가 안 날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유쾌하면서도 명쾌한 서술과 한 땀 한 땀 공들인 유려한 번역이 맞물려, 대중서로서 손색이 없다. 겁먹을 독자를 위해 번역가의 90분간 해설 강의도 제공한다. 책 띠지 안쪽 QR코드를 확인하면 된다. 다윈과 데닛이라는 두 명의 거인과 함께 지적 모험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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