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은 대리의 돌? 고령토는 경북 고령의 흙? 원래 기원은 ‘이곳’ [말록 홈즈]
![대리석 현관 [출처: HAUSMANN]](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8/mk/20250328150915450jkoz.png)
국민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네 집에 놀러갔습니다. 마당에 잔디밭과 나무가 있는 있는 2층 양옥집입니다. 현관에 들어서는데 무늬를 머금은 매끈하고 반짝이는 하얀 돌 벽이 눈길을 끕니다.
“이런 플라스틱은 처음 봐.”
친구가 빙긋 웃으며 말합니다.
“그거 플라스틱이 아니라, 대리석이야.”
“아, 반짝거리는 돌이구나. 그런데 대리가 무슨 뜻이야?”
녀석이 잠시 망설이더니 되묻습니다.
“넌 그런 게 왜 궁금해?”
“몰라, 엄마가 나 어릴 때부터 말에 호기심이 많았대.”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더라.”
“그럼 나 병 걸리는 거야?”
40년도 더 지난 일을 돌이켜 보니, 그때 이미 어원병이 발병했던 것 같습니다.
대리석 좋아하시나요? 반짝반짝 고급스러운 건축자재가 떠오르시죠? 미친 듯 찌는 한여름 밤에 대리석 바닥에 누우면, 다음 생엔 부잣집 멤버가 되고 싶단 바람이 자랍니다. 대리석(大理石: 큰 대, 다스릴 리, 돌 석)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요? 커다란 이치나 사리를 의미하는 돌일까요? 한자 의미는 없습니다. 대리라는 동네에서 많이 나니까 대리석입니다. 중국 남서부의 운남성에 위치한 대리는, 중국어로는 ‘따리’라고 부릅니다.
![중국 대리의 유적인 숭성사 삼탑 [출처: 나무위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8/mk/20250328150918958iuqg.png)
대리석의 영어 ‘marble’에는 ‘구슬’이란 뜻도 있습니다. 80년대 어린이들이 세계여행(혹은 투기/개발) 보드게임인 부루마블의 영어는 ‘블루 마블(Blue Marble)’입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푸른 구슬’같아 붙은 이름입니다. 일단 사두면 어지간해서 파산하지 않는다는 ‘서울’의 설렘과, 매입가의 반값에 울며 겨자먹기로 최고 자산을 강탈당했던 ‘반액 대매출’의 서러움이 스쳐 지납니다.
대리석의 영단어 ‘마블(marble)’은 라틴어 ‘marmor’, 그리스어 ‘mamaros’에서 왔습니다. ‘빛나는/밝은(shine/sparkle)’이란 의미입니다. 고기의 마블링(marbling)의 그 마블로도 활용됩니다. 붉은 고기 사이에 박힌 하얀 지방이 대리석 무늬 모양이거나 찬란하게 빛나 보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듯합니다.
고령토의 영어 ‘Kaolinite’도 ‘고령’의 중국어 발음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이름인 줄 알았는데, 괜히 서운합니다. 언젠가 저도 푸릇한 토마토 향기가 그윽한 마당 있는 집에서, 순둥이 멍멍이랑 같이 사는 꿈을 꿔봅니다. 대리석 현관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감수: 안희돈 교수(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 전 한국언어학회 회장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3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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