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삭았수다[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5. 3. 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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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요망진 반항아와 팔불출 무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국내외의 전파가(電波價)를 올리고 있다.

정확한 제주말로는 '폭삭 속앗수다'인데 이 말은 수고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인사로도 쓰인다.

이런 쓰임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에게는 '고생해서 얼굴이 폭삭 삭았다'는 말로 들린다.

결국 제주말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폭삭 속으면서 풀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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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요망진 반항아와 팔불출 무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국내외의 전파가(電波價)를 올리고 있다. 유채밭에서 찍은 주인공의 화사한 얼굴을 보면 전혀 ‘삭지’ 않았으니 제목에 절대 ‘속으면’ 안 된다. ‘폭싹 속았수다’가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란 뜻이라니 드라마를 둘러싼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면 된다. 그래도 제주말의 이 표현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정확한 제주말로는 ‘폭삭 속앗수다’인데 이 말은 수고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인사로도 쓰인다. 이런 쓰임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에게는 ‘고생해서 얼굴이 폭삭 삭았다’는 말로 들린다. ‘삭다’에 ‘사람의 얼굴이나 몸이 생기를 잃다’는 뜻이 있고 ‘말’이 ‘몰’로 발음되는 것처럼 ‘삭다’가 ‘속다’로 발음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추정은 ‘삭다’가 옛말에서 ‘다’여야 하는데 본래부터 ‘삭다’이니 문제가 된다.

‘수고했습니다’에 해당하는 ‘수고햇수다’가 산 넘고 물 건너는 변화를 거쳐 ‘속앗수다’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오’와 ‘우’의 변화, 그리고 한자어가 고유어처럼 인식되면서 말소리가 변하기도 하는 사례를 생각해 보면 안 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설명은 앞에서 꾸미는 ‘폭삭’과 어울리지 않으니 역시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결국 제주말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폭삭 속으면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제주 흑돼지구이를 찍어 먹는 멸치젓, 아니 ‘멜젓’의 내음이 난다. 굵직한 멸치로 담근 젓갈을 소쿠리로 걸러서 액젓으로 만든 그것이다. 곰삭은 멜젓에 양념을 하고 고추를 썰어 넣은 뒤 석쇠에서 끓여낸 그 향취다. 그러나 어떤 젓갈이든 너무 익혀 폭삭 삭으면 안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이를 들며 곰삭는 것은 향기를 느끼게 하지만 부끄러운 인생을 살며 폭삭 삭으면 악취를 풍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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