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심 판결 "허위 발언"→"허위 아냐" 어떻게 뒤집었나
[판결 분석] 징역1년 집행유예에서 무죄로…"사진 조작 아냐"→"조작으로 볼 여지"
'국토부가 협박했다' 발언은 "협박 아냐"→"압박을 과장해 표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서울고법(항소심) 재판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법리해석을 인정하지 않거나 이 대표측 입장을 전폭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사건 피고인이 징역 1년이라는 중형을 받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를 사실상 모두 취소하고 무죄로 뒤집은 것 역시 드문 일이다. 같은 사실관계와 증거를 두고 법리해석과 판단을 정반대로 한 것도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의 이 사건 쟁점은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때 몰랐다고 했는데, 해외출장 때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오자 국민의힘이 사진을 조작했다고 한 발언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상향) 관련 법률의 의무조항에 의한 것이라는 발언 △국토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협박을 했다는 발언이다. 1심 판결에서는 이 세가지 핵심 발언을 모두 허위로 봤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15일 판결문에서 “(이 대표가 말한) '조작'에 호응하는 문구는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이라는 발언”이라며 “마치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가 골프를 친 것처럼 단체 사진을 4명의 사진으로 조작하였다는 것'이고, 꾸며낸 사실은 '피고인이 골프를 친 것'이라고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디어오늘이 27일 확인한 서울고법 형사 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의 26일 판결문을 보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진이 원본이 아니다. 원본은 4명을 비롯해 해외 출장을 함께 간 10명이 함께 있는 사진”이라며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하고, '원본 중 일부를 떼 내어'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골프 발언에 관하여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골프를 안 쳤다'는 의미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 김 전 처장과 다른 날 골프를 쳤다'거나 '골프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골프 얘기는 한 적도 없고, 사진만 조작됐다는 의미의 발언이라는 변호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나아가 고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시절 몰랐다는 발언은 행위가 아닌 인식의 문제로 판단했고, 핵심 관련 발언인 골프 사진 조작 발언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함에 따라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전체를 “거짓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부 판단의 격차는 훨씬 크다.
1심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2021년 10월20일)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용도변경(녹지→주거지역)이 국토부의 법률적 의무 조항에 따른 것이고, 국토부의 협박도 있었다고 한 발언을 두고 '의무 조항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고, 협박당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남시가 식품연구원의 용도변경 요청에 대해 국토부장관이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혁신도시법 제43조 제3항 내지 제6항에 해당하느냐고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을 증거로 제시했다. 국토부는 2014년 12월8일 성남시 주거환경과에 “우리 부의 종전부동산 매각 관련 협조 요청 문서는 혁신도시법 제43조 제3항 내지 제6항에 따른 사항이 아님을 알려드린다”, “성남시에서 적의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용도변경은 법적 의무조항에 의한 요구가 아니었다는 증거라는 뜻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증거와 관련해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백현동 발언의 의미는 문언 그대로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하였다'는 것이지 이를 '국토부의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에 근거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불가피하게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하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발언이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므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발언의 허위성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국토부가 성남시만을 특정하여 보낸 세 차례의 용도지역 변경 요청 공문에는 모두 법률상 근거들이 명시되어 있고, 그 내용은 용도지역 변경을 독촉하는 취지라고 해석하며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문들은 “성남시가 이전기관의 재원마련을 위해 종전 부동산 매각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주기 바라고,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성남시장을 상대로 국가균형발전법 등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무를 환기시키며 그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최종 변경하게 된 원인은 국토부의 법률상 요구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재명 대표가 임의적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결정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반박해온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협박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1심 재판부는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법정에 출석한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이 모두 '국토부가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압박 내지 협박한 사실이 없다거나 그런 말을 못 들었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이 대표 발언을 허위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국정감사 발언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5개 공공기관 종전부지에 대하여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 등을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백현동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종전부지에 대하여 조금씩 용도지역 변경을 해 주었다'는 의미이지, '백현동 부지 관련해 협박 받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협박' 발언한 대상이 '백현동 용도변경' 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협박의 주체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라고 말한 대목을 들어 “문언 자체를 놓고 보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 행위'를 한 주체는 국토부 공무원들이지 피고인이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협박발언의 허위성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성남시는 공공기관 종전부지 용도지역 변경과 관련하여 장기간에 걸쳐 다각도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성남시가 국토부로부터 받은 상당한 강도의 압박'을 과장하여 표현하였다고 볼 수는 있으나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이 역시 이 대표 측 변호인들의 내세운 논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심 판결 때 “미친 판결”(박찬대 원내대표)이라고 했다가 “역사적 판결”(검찰독재위원회)이라고 극찬한 반면, 국민의힘은 며칠전만 해도 판결 결과를 승복하라고 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오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27일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개별 판사의 편향된 성향이 결국 기괴한 법리를 억지 창조해 냈다는 국민적인 비난이 터져 나온다”며 “핵심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처장 골프 사진 조작가능성을 언급한 항소심 재판부를 두고 “사진 확대와 조작을 엄격히 구분해 써야한다”며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 협박 발언이 '과장된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는 법원 판단에 주 위원장은 “상상도 못할 논리”라며 “당시 백현동이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용도변경한 것은 누가 봐도 특혜였고, 이재명 측근 브로커 김인섭씨가 70억 원 이상을 챙긴 사건이었는데, 이 대표는 '국토부가 협박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단 한마디로 특혜 의혹을 피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견표명에 불과했다면 왜 1심에서 2년 2개월 가까이 50명 넘는 성남시 국토부 공무원들 전원을 불러 협박여부를 따져 물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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