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노예 수배’ 파피루스 글, 직물점 광고였네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5. 3. 2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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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 '매우 좋다'는 의미로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경우에 사용해도 통하는 이 말은 1989년 말과 1990년 초반에 한 오렌지 주스의 TV 광고에 처음 등장했다.

김동규의 '유혹의 전략, 광고의 세계사'는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서 21세기 AI광고까지, 광고의 숨겨진 역사를 탐험한다.

여러 광고상을 받은 현장 출신 교수가 쓴 이 책은 한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본격적 세계광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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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전략, 광고의 세계사- 김동규 지음/푸른역사/4만5000원

- 국민유행어 된 주스 CF 속 “따봉”
- 영화 포스터 같은 샴페인 홍보 등
- 고대이집트~21세기 광고사 탐험
- 기법·트렌드부터 시대변화 고찰
- 예술·문학·정치 당대 삶 풀어내

“따봉!” ‘매우 좋다’는 의미로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경우에 사용해도 통하는 이 말은 1989년 말과 1990년 초반에 한 오렌지 주스의 TV 광고에 처음 등장했다. 오렌지의 맛과 향을 측정하는 사람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따봉!”이라고 브라질어(포르투갈어 방언)로 외치자, 대한민국이 따라 외쳤다.

이집트 고대 테베에서 발견된 기원전 2000년께의 파피루스.도망친 노예를 찾는 광고인데, 광고주의 상점을 홍보하는 효과까지 발휘한다. 푸른역사 제공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일상언어에 깊이 스며들었고, 현재까지도 살아있는 말이다. ‘따봉을 국어사전에 등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학자들이 논쟁을 했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였다. 브라질어를 배운 적이 없는 한국인이 우리말로 알고 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닐 만큼 익숙해진 말이다. 주스 광고 한 편이 만들어 낸 일이다.

김동규의 ‘유혹의 전략, 광고의 세계사’는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서 21세기 AI광고까지, 광고의 숨겨진 역사를 탐험한다. 김동규는 동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학교에서 광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홍기획 LG애드 FCB코리아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The New York Festivals, 한국광고대상, 서울광고대상 등을 받았다. 부산국제광고제BIAF 조직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광고상을 받은 현장 출신 교수가 쓴 이 책은 한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본격적 세계광고사다. 단순히 광고의 기법, 트렌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망치(하드 셀)’와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솜사탕(소프트 셀)’을 축으로 시대적 변화·세계사적 흐름을 짚어낸다. 광고산업의 메커니즘과 시대 변화를 고찰한 해설서이면서 세계 광고사의 숨겨진 면모를 캐낸 덕에 소설 이상의 재미, 역사책 이상의 통찰을 담았다.

책의 시작은 문서로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광고이다. 기원전 2000년께 고대 이집트 11왕조 수도였던 테베의 페허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의 내용이다. “남자 노예 샘이 좋은 주인인 하푸 마스터로부터 도망쳤습니다. 테베의 모든 선량한 시민은 그가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히타이트족인데 키가 5피트 2인치이고 혈색 좋은 얼굴에 갈색 눈입니다. 샘의 거처를 알려주는 사람에게 금화 반 닢을 드리겠습니다. 그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일 좋은 옷감을 짜주는 직물장인 하푸의 상점으로 직접 돌아오게 해주는 분께는 금화 한 닢을 드리겠습니다.”

노예 샘을 찾는 광고일까, 직물장인 하푸의 상점을 알리는 고도의 전략일까. 정답은 하푸만이 알고 있을 터. 이 파피루스는 현재 대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800쪽이 훌쩍 넘는 두꺼운 책에 재미있는 광고 이야기가 줄줄 이어진다. 파리 상류층의 화려한 분위기,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커플 그림이 있다. 그림 아래 샴페인 상품명만 있을 뿐, 다른 어떤 언어적 메시지도 없다. 영화 포스터처럼 근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샴페인 광고다.

1930년대 접어들면 전문 사진가들이 활발하게 광고 제작에 참여한다. 그리고 첫 누드 광고가 등장했다. 에드워드 스타이첸이 만든 광고이다. 살짝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여성의 뒷모습 누드이다. 캐논 밀스 타월 광고는 여성의 누드를 광고에 전면적으로 활용해 빅 히트를 친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광고를 보면 경제 정치 설득 커뮤니케이션 예술 문학 심리학 기호학 등 다양한 렌즈를 통해 당대의 삶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광고사의 총체적 조망을 위해 로마 시대 검투사, 전쟁과 페미니즘, 노예제도, 인디언 박해, 뇌과학과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스토리와 함께 풀어간다. 그래서 광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니, 누구나 광고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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