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굴러떨어지는 '불덩이' 공포…'산불 한복판' 밤샘 사투 현장
[앵커]
헬기도 띄울 수 없어 진화 작업이 어려운 밤에도 불덩이는 산에서 마을로 쉴 새 없이 굴러 떨어졌습니다.
주민들은 밤새 물줄기를 쏘아대며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데, 그 현장을 김안수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기자]
해가 저물기도 전이지만 마을은 자욱한 연기로 어두컴컴합니다.
경북 청송군에서 시작된 불길이 산 줄기를 따라 영양군 방전마을까지 넘어오면서 인근 5개 마을에는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야간엔 헬기가 뜨지 못해 제대로 된 진화 작업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재단은 인근 야산을 돌며 물줄기를 쏘아대지만 산 중턱에도 닿지 못합니다.
마을로 내려오는 불씨만 겨우 잡는 수준입니다.
물줄기를 직사로 쏘아대도 불씨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산 비탈에선 쉴 새 없이 불덩이가 굴러떨어지고 떨어진 자리에는 또 다른 불길이 치솟습니다.
산등성이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바람과 함께 연신 주변에 불씨를 날리고 있습니다.
방금 전 불씨가 날아온 자리에 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주변을 태우고 있습니다.
불길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덕원/경북 청송군 : 갑자기 불이 산 타고 넘어와서 눈 깜짝 새에 불이 다 번져서 주민들이 급히 다 대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날이 저물면서 새빨간 화선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미 한 차례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을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통신마저 끊겼습니다.
불길이 다가온다는 신고를 받고 온 곳은 산 아래 민가입니다.
방재단원들은 다 쓴 LPG통을 집 밖으로 빼내고 마당에 쌓인 목재와 잡풀에 연신 물줄기를 쏘아 댑니다.
본격적인 진화 작업이 가능한 아침까지 버티려는 겁니다.
[김형종/경북 영양군 방재단원 : 일단 집이 안 타도록 물로 예방을 하고 (아침에) 또다시 와서 화재 진화까지 같이 할 겁니다.]
한밤 중 또 다른 신고가 들어오자 대원들이 다시 출동합니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마을 뒷산에는 불줄기가 민가 100m 앞까지 내려왔습니다.
열다섯 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이틀 동안에만 벌써 세 번째 불이 나 매번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미 대피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애가 탑니다.
[여보, 저 정상에는 불이 커졌는데.]
인근 마을에도 산불이 번져 소방차 출동도 늦어집니다.
[소방차가 못 올 거 같은데. {아니 조금 전에 저랑 이야기했어요.} 이야기했어요?]
꺼질 기세가 없는 불길은 마을로 천천히 다가오고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영상취재 이완근 / 영상편집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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