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국회의원도 리콜이 되나요"… 국민소환제 실현 가능성은

전혜인 2025. 3.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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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첫 도입 목소리… 이재명 대표 발언에 다시 불붙어
직접 민주주의 그늘 베네수엘라 '폭력 정치' 부작용 우려도
가장 걸림돌은 '위헌 논란'… 개헌 통한 근거규정이 급선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 주권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도록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하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제안했다. 이 대표의 연설 직후 정치권에서 다양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국민소환제는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장기화와 이에 따른 여야 갈등 심화로 현재 관심에서 밀려난 상태지만, 정치권의 상황이 혼란에 빠질 때마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흘러나온다.

국민소환제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를 선거권자들이 투표로 임기만료 전에 파면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단편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치 상황에서 국민소환제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교육감을 소환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는 헌법에 의해 보장됐지만, 지방자체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임기는 헌법에 명기돼 있지 않아 지방자치법이 주민소환제도를 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민소환제가 현실화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2007년 시행 이후 현재까지 147건의 청구가 있었지만, 이중 실제 투표로 이어진 것은 단 12건이며 직위 상실까지 이어진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중앙 정치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주민소환제가 시행되기 전인 2004년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 공약으로 국민소환제를 포함했고, 2006년에는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담은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국민소환제에 대한 논의는 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촉발됐다. 21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 국민소환제가 있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총 7건의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2·3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에서만 법안 6건 잇따라 발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7일 기준 22대 국회에서는 총 6건의 국민소환제 법안이 발의됐다. 모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이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된 이후 민주당에서 발의된 법안이다.

해당 법안 중 가장 빨리 발의된 전진숙 의원 등 12인이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헌법질서 수호와 관련된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고의적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행 법체계에서는 국회의원이 중대한 직무유기 또는 헌법질서 위반 행위를 하더라도 국민이 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국민주권의 원리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각 법안의 소환 사유와 가능 요건 등은 대체로 국회의원 헌법 의무 위반, 직권 남용, 직무 유기 등으로 명시됐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모두를 소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임기 개시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았거나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인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 점도 모든 법안에 들어갔다.

투표권자를 누구로 할지, 소환에 필요한 청구권자 수를 어떻게 규정할지를 두고는 법안마다 차이가 있다. 전진숙·박주민·이광희 의원안은 해당 지역구 투표권자 총수를 기준으로, 직전 전국평균투표율의 15% 서명을 받아 국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민형배 의원안은 이 비율을 10%로 규정했다. 특히 지난 20대부터 22대까지 3선 내내 해당 법안을 제안한 바 있는 박주민 의원안은 비례대표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지역구 의원에 대한 불신임을 규정한 것도 차이점이다. 최민희 의원안은 지역구·비례대표 모두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상한 인구의 30% 서명을 받도록 했다.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정진욱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지역구 유권자 30% 이상이 서명하면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할 수 있고, 3분의 1 이상 투표와 투표자 과반 찬성으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법안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비례대표는 해당 의원이 당선된 총선에서 소속 정당 전국 득표율과 가장 비슷한 득표율을 가진 광역 지방자치단체 두 곳의 유권자들이 소환투표자가 돼 투표권을 가진다. 가장 최근 발의된 한민수 의원 등의 법안에서는 선거구 획정 상한인구의 50% 서명으로 국민소환이 청구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에서 균등하게 선정한 국민소환투표권자의 4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국민소환을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일부 국가 도입했지만 부작용도 커… 국내 추진 위해선 개헌 논의부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주지사와 주의회 의원에 대한 소환이 가능하고, 캐나다에서도 일부 주에서 국회의원 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2015년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는데, 범죄 행위로 기소돼 구금형을 선고받는 등 유죄 선고를 받은 의원을 유권자 일부의 서명으로 소환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형사사건 등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이 자동 상실되므로 도입 의미가 없다.

베네수엘라는 국민소환제 도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예시로 자주 거론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2000년 대통령을 포함하는 모든 선출직 공무원을 국민소환제 대상으로 하는 개헌을 실시했는데, 이후 당시 대통령이었던 우고 차베스를 끌어내려는 야권의 공작과 자신에게 반기를 든 야당 국회의원을 파면시키려는 대통령과 여권의 공작이 뒤엉키며 사회 혼란이 극심해졌다. 거리로 몰려나온 각 진영 지지자의 갈등도 심해지면서 폭력 정치가 일상화됐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대만은 헌법에서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을 유권자가 파면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입법의원)과 지자체 단체장, 지자체 의원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2020년 한궈위 당시 가오슝 시장이 지자체 단체장 중 최초로 주민소환제도로 파면당했으며, 다음해인 2021년에는 천보웨이 당시 의원이 입법위원 중 최초로 주민소환으로 파면당한 바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여소야대 형국이 만들어지며 정국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여당인 민진당 지지자들은 국민당 의원들에 대한 대규모 주민소환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야당인 국민당은 해당 주민소환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선거법을 개정하며 방어에 나서는 등 갈등이 곪아가고 있다.

이 대표가 국민소환제를 띄웠고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국회에서도 국민소환제 입법이 추진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소환제가 극단적인 포퓰리즘 정치에 기대는 부작용을 낼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헌법이 국회의원의 임기를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만큼 법률로 이를 도입하면 위헌적 요소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발의한 개헌안에 국민소환제 도입을 담았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당시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안에도 내용이 올랐으나, 이 대표가 대선에서 석패하며 합의안은 힘을 잃었다. 김 지사는 지난달 말 이 대표와 가진 만남에서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해 다시 거론하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는 개헌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해 오기도 했으나,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과 '국정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개헌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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