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황 칼럼] 尹 탄핵심판 결론, '정의'에 부합하게

정진황 2025. 3.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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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렇게 오래 끌 일인가 싶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탄핵 폭주에 분노한다 해도 국가비상사태를 강변하는 윤 대통령에게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하지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시비나 내란 관련자 증언 오염 등 윤 대통령 측의 절차적 문제제기와 체포 저항을 통한 지지자 포섭 행위로 국민의 심증도 시간이 갈수록 요동치는 형국이 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지연으로 진영 갈등은 짙어지고 덩달아 결과에 대한 억측과 음모론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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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하고 상식적인 결정문을
절차적 시비는 법치의 진통
성향, 사법기교 뒷말은 파탄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왼쪽 다섯 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심판정에 앉아 있다. 최주연 기자

12·3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렇게 오래 끌 일인가 싶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탄핵 폭주에 분노한다 해도 국가비상사태를 강변하는 윤 대통령에게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전시나 사변과 대등한 사태로 봐 줄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황당한 포고령에 더해 국회·선관위에 군대를 동원한 기능 불능 시도는 엄연히 내란 행위나 마찬가지라 애초 국민 다수의 심증은 기울어 있었을 터다.

하지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시비나 내란 관련자 증언 오염 등 윤 대통령 측의 절차적 문제제기와 체포 저항을 통한 지지자 포섭 행위로 국민의 심증도 시간이 갈수록 요동치는 형국이 됐다. 진영 갈등과 정쟁 양상화, 여기에 반이재명 정서까지 겹친 결과다.

헌재 변론이 끝나고 재판관 평의가 이뤄지는 와중에 구속됐던 윤 대통령까지 풀려나 국론분열 양상은 더 격화됐다. 논란이 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다. 공수처 수사권 문제와 함께 구속기한 산정 기준이 날짜냐, 시간이냐를 두고 재판부가 피의자 이익 우선이라며 시간상 구속기한을 넘겼다는 윤 대통령 측 절차 제기에 손을 들어줬다. 70년 넘게 날짜로 구속기한을 정해온 실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과거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첫 수혜자가 대통령이 돼야 하느냐는 논란은 있으나 인권 신장의 시대적 흐름과 달리 관행에 묻어 법조계가 피의자 권리에 무관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보통사람은 결박을 당했을 때 1시간도 견디기 어렵다. 병원에서조차 환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결박도 보호자의 허락을 구하는 게 요즘 흐름이다. 인신 구속은 절차적으로 더 엄격해져야 한다. 본안소송에서 다투겠다면서 항고 포기를 하고도 일선에는 날짜 산정을 지시하는 검찰 자세는 이율배반이다. 인권 측면에서 보자면 실무든, 규정이든 고쳐서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해야 마땅하다. 머리 좋은 이들의 리그에서만 벌어질 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이처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은 법의 맹점과 절차적 중요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적법 절차는 법치의 본질을 이룬다. 흔히 인용되는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도 절차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한다. 힘과 돈 있는 이들의 방어권 남용으로 사법방해 비난도 거세지만 법치의 진통과 같다.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될 수 없는 일이다. 그 죄가 아무리 중해도 21세기 법치가 왕정시대처럼 '네 죄를 알렸다'식의 사또 재판이나 인민재판으로 퇴행할 일은 아니다.

물론 절차적 정당성이 실체적 정의를 담보해내지 못해 갈등과 혼란,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을 빚어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더군다나 결과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진영과 정파 이해에 따라 극과 극이다. 1심 실형이 선고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포죄 위반 혐의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자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 환호하고, 국민의힘 인사들은 1심과 뚜렷한 사정 변경이 없는 점을 들어 '거짓말 면죄부'라 비난한다. 재판 결과에 대한 평가가 혼탁하다고 해서 실체적 정의까지 회색으로 보는 건 곤란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지연으로 진영 갈등은 짙어지고 덩달아 결과에 대한 억측과 음모론이 난무한다. 그렇지만 헌재 재판관의 장고도 끝을 보게 돼 있다.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적인 판결을 하도록 돼 있다. 그 결론이 무엇이든, 배배 꼬아서 무슨 소리인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전개해서는 곤란하다. 보통사람이 보기에도 명쾌하면서도 상식적이어야 한다. 그게 정의에 부합하고 재판관의 양심이 돼야 한다. 성향이니, 사법기교니 하는 뒷말이 나오면 나라는 결딴난다.

정진황 논설위원실장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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