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신공장 준공식날…트럼프, '수입차 관세' 또 못박았다

정병묵 2025. 3. 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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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월2일부터 수입차에 ‘영구적’ 관세 25% 부과”
한국 자동차 산업 최대 수출 시장 미국…타격 불가피
현대차, 美 생산증대-수출감소…고율 관세까지 이중고
"美 판가 낮춰야…생산 경쟁력 향상 정책 지원 필요"

[이데일리 정병묵·이다원 기자, 김상윤 뉴욕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의 미국 2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듣고 “정말로 위대한 회사(truly great company)”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의 관세 정책에 한국에 대한 ‘배려’는 역시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내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 산업이 ‘시계 제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수입 자동차에 ‘영구적’ 관세 25% 매길 것”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4월 2일부터 물릴 것”이라며 “이들은(글로벌 완성차업체)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철강, 알루미늄 외 품목별 추가 관세를 발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엘라벨에 55억달러(7조 9959억원)를 들여 세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면서 우리의 일자리와 부를 를 빼앗은 국가들에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며 “친구가 적보다 훨씬 더 나빴던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번 조치는 매우 얌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관세는 영구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자동차 관세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처럼 협상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원)였다. 한국 자동차의 해외 수출액 중 49.1%가 미국이었다.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지속 증가해왔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2020년 82만여대에서 2024년 143만여대로 늘었다.

이날 씨티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미국에 승용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 중 네 번째”라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철강, 배터리, 석유화학, 전자 등 여러 산업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후방 연쇄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수출 감소에 고율 관세까지…‘타격 불가피’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과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오른쪽), 송호성 기아 사장(왼쪽)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최근 대규모 미국 투자를 단행한 현대차그룹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년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63만대, 38만대, 총 101만대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미국 투자를 통해 연 30만대 생산이 가능한 HMGMA에 20만대 라인을 증설해 총 연 120만대로 확대한다. 단순 계산으로 미국 수출량이 연간 약 80만대로 줄어드는 셈이다. 당장 미국 내 생산 설비를 늘리기 힘든 경쟁사보다는 덜할 수 있지만 연 수출 물량 80만대에 25% 관세가 부과는 큰 타격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수출과 생산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릴수록, 국내 공장의 미국향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관세 파고를 넘기 위해선 결국 싸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느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전기차 투자,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국내의 생산 여건이 개선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더라도 국내 생산·수출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자동차 핵심 부품까지 다 관세를 매긴다는 입장이니 아마 미국 내 판매가격이 적어도 10~15% 정도는 오를 것”이라며 “가격을 5~10%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연구개발 단계부터 생산까지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우리에게 위협도 되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면서 “모든 완성차 업계가 신음하는 트럼프 위기의 시대에 잘 대비면 오히려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이날 HMGMA 준공식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관세 관련 협상에 적극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관세는 국가와 국가 대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그래서 그 정책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다”며 “하지만 협상은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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