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기대 컸는데"…교촌, 맥주·소스 '지지부진'
본업 부진에 신사업 확대 어려워
교촌에프앤비가 신성장사업으로 지목한 소스 사업과 수제맥주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2022년 141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2년 연속 매출이 정체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자릿수에 불과해 공을 들인 데 비해 실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미한 시작
교촌에프앤비는 치킨업계 주요 브랜드 중 신사업 발굴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2021년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LF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며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했다. 2022년엔 수제 막걸리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할 만한 사업으로 꼽힌다. 실제로 매장 내에서 수제맥주나 다른 주류를 페어링해 판매하는 치킨 브랜드도 많다.
지난해부터는 사업 영역을 '매장 밖'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1월엔 교촌의 소스 노하우를 담은 'K1' 소스 시리즈를 아마존에 내놨다. 2월에는 이마트와 손잡고 소스 6종을 단독 판매하며 B2B, B2C 소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의도에 메밀요리 전문점 '메밀단편'을 론칭하며 신규 외식 브랜드까지 열었다.
다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소스 사업과 수제맥주 사업, 메밀단편을 묶은 교촌에프앤비의 '신사업'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3% 남짓한 143억원에 그쳤다. 2022년 141억원을 기록한 뒤 3년째 매출이 답보 상태다. 매출 규모는 작더라도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신사업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 숫자다.
수제맥주가 문제
신사업 부진의 핵심은 '수제맥주'다. 다른 신사업인 소스 사업과 외식사업(메밀단편)은 지난해가 론칭 첫 해다.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신사업 매출의 대부분은 매장 내에서 판매되는 문베어 맥주의 매출로 추정된다. 이 수제맥주 매출이 정체 중인 셈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21년 5월 인덜지 수제맥주 사업부를 약 12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맥주 시장은 수제맥주 열풍이 한창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브루어리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였다. 2014년 100억원대였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2000억원을 돌파했다. 당시 '치맥'의 선두주자였던 교촌치킨이 맥주 회사를 사들일 만했다.
하지만 이후 수제맥주 시장은 급격히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는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세븐브로이와 카브루, 어메이징브루잉 등 다른 수제맥주 브랜드들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오비맥주가 만든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KBC'는 지난해 해체했다. 롯데칠성도 수제맥주 위탁생산 사업을 중단했다. 교촌치킨이라고 별 수가 있을 리 없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본업 정체다.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은 지난 2021년 5076억원을 기록한 뒤 3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2023년엔 매출이 10% 이상 급감하며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지난해엔 다시 10%대 성장을 했지만 경쟁사들에는 이미 한 발 이상 뒤처져 있는 상태다. 본업인 교촌치킨의 성적이 부진하니 교촌치킨의 브랜드 파워·매장 실적과 연동되는 맥주·소스 판매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살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교촌에프앤비의 신사업 확대가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과포화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권원강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까지 10%대를 유지했던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은 2020년 9%로 떨어진 뒤 줄곧 한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엔 매출까지 정체하며 업계 1위 자리를 bhc에 내줬다.
출점도 정체 중이다. 2019년 86개, 2020년 113개, 2021년 68개였던 교촌치킨의 연간 신규개점 점포 수는 2022년부터 20개대로 뚝 떨어졌다. 이 기간 경쟁 브랜드인 bhc와 BBQ는 연 200개 이상의 신규개점을 이어갔다. BBQ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며 성장 정체를 해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교촌치킨은 최근 4년 간 40여 개를 늘리는 데 그쳤다. 교촌에프앤비가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는 이유다.
그 중에도 소스는 향후 신사업을 이끌어야 할 핵심 파트다. 교촌은 지난해부터 G(Global), S(Sauce), E(Eco), P(Platform)의 4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사업을 전개 중이다. 이 중 소스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만큼 4개 키워드 중 2개에 적용되는 핵심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소스 시장 규모가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K1소스를 타바스코 핫소스나 칙필레 소스같은 글로벌 소스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치킨 프랜차이즈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무대는 마련돼 있다. 관세청 수출입현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스류(양념·전통장류) 수출액은 전년 대비 6.2% 늘어난 3억8400만달러(약 5628억원)에 달했다. 당연히 사상 최대치다. 세계 최대 소스 소비국인 미국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도 불닭소스를 통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고추장, 된장, 간장 같은 전통 장류뿐만 아니라 불닭소스, 치킨소스 같은 소스류도 한국의 맛으로 인정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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