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 종교적 병폐를 건드린 이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5. 3. 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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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계시록’엔 우연이 남발한다?
2. 종교를 소재로 사용한 까닭은?
3. 신민재와 ‘도플갱어설’에 대하여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연상호 감독의 ‘연니버스’를 확장해가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성범죄자 권양래(신민재)와 엮인 뒤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연 감독의 전작인 ‘지옥’ ‘사이비’ 등과 마찬가지로 종교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을 조준한다.

그럼에도 ‘계시록’엔 완성도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만난 연상호 감독에게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를 물었다.

영화 ‘계시록’ 속 한 장면.



■쟁점1.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아영’이란 소녀의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성범죄자 권양래, 이를 추적하는 형사 이연희, 계시를 받아 권양래를 처단하겠다는 목사 성민찬이 각자 신념대로 부딪히는 이야기를 담는다. 하지만 실종 사건의 실마리가 연거푸 우연에 의해 풀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우여니 아니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 극 전반으로 노력하긴 했어요. 감금 장소로 의심되는 곳 역시 바퀴에 오디 자국으로 추측하는데, 오디 자체가 유명한 과일이 아니라 특수하게 사용된 거예요. 또 증거이기도 한 ‘외눈박이 창’ 역시 영화 초반부터 암시하는 이미지를 곳곳에 넣었거든요. 이연희와 동생의 사진이라던가, 권양래가 그린 그림도 그렇고요. 이야기 안에선 감춰져 있지만 관객들에겐 ‘외눈박이’라는 게 집을 상징ㅇ한다는 걸 적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너무 우연에 기댄 게 아닌가’라고 느낀다면 그건 이야기 자체가 ‘성민찬’에게 집중되어있기 때문일 거에요. 그가 그리는 이야기가 너무 화려하고 적극적이라서 안 보이는 게 아닐까요?”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쟁점2. 또 ‘종교’ 이야기다?

이번에도 종교를 향한 맹목적 믿음을 비튼다. 그의 특기기도 하다.

“어떤 욕망을 갖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믿고 해석하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것들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종교라고 생각하는데요. ‘계시록’은 성민찬의 계시를 중심으로 따라가지만 다른 앵글로 보면 연희에게 주는 계시라는 생각을 해 볼 필요도 있어요. 이 작품에선 욕망을 가지면 원하는 것만 보게 되고 그러다 그게 진짜라고 믿게 되는 현상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또 목사라는 캐릭터가 ‘믿음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거든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뻗어나올 수도 있고요. 개신교를 싫어하는 게 아니고요. ‘계시록’에 나오는 교회 같지 않은 곳이 더 많다고도 생각합니다.”

연상호 감독(왼쪽)과 배우 신민재가 18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계시록’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쟁점3. 우스갯소리, 신민재와 ‘도플갱어’라는 설에 대한 심경 한마디

우스갯소리로 권양래 역의 신민재와 ‘도플갱어’라고 할 만큼 똑 닮아 보는 이를 얼떨떨하게 하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강한 부정이 나왔다.

“전 제가 어떻게 생긴 지 잘 몰라요. 가끔 여러분도 자신을 찍은 영상을 보면 깜짝 놀라지 않나요. ‘내가 이렇게 생겼나?’ 싶으니까요. 왜 그러냐하면 사람이 자기 얼굴을 볼 땐 대부분 2D로 보거든요. 거울로 볼 때 어떤 면만 보지, 안 나오는 각에서 자신을 보질 못하는데, 태어난 이후 항상 거울이라는 걸 마주하면서 자동적으로 자신이 보는 각으로만 제 얼굴을 인식하는 거죠. 그래서 저도 입체적으로 제 얼굴을 보지 못해요. 남들이 저와 신민재가 닮았다는데, 그건 입체적으로 닮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우리가 닮지 않았고 도플갱어가 아니라는 강한 확신이 있습니다. 아마 신민재도 우리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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