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육묘장도 사과밭도 아수라장'…슬퍼할 시간조차 없는 농민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7일 화마가 온 마을을 삼켜 쑥대밭이 된 안동 임하면.
임씨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연신 비비며 "소들이 기적처럼 살아남았는데 우선 먹이는 줘야지 않겠느냐"며 "우리 육묘장은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불씨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 25일 오후 4시께 강풍을 타고 날아든 축구공만 한 불덩이는 임씨의 육묘장을 뭉개버렸다.
이번 산불은 임씨 육묘장에서 6㎞가량 떨어진 오대리의 한 사과밭도 집어삼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동시 "피해 면적 광범위해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 안 돼"
(안동=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27일 화마가 온 마을을 삼켜 쑥대밭이 된 안동 임하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한평생 벼농사를 지어온 임중열(74)씨는 연기와 재가 날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인 잿더미 속에서 소 여물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임씨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연신 비비며 "소들이 기적처럼 살아남았는데 우선 먹이는 줘야지 않겠느냐"며 "우리 육묘장은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불씨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 25일 오후 4시께 강풍을 타고 날아든 축구공만 한 불덩이는 임씨의 육묘장을 뭉개버렸다.
모를 키우던 시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게차 등 농기계들은 녹아내려 주저앉았다.
수천만 원을 들여 미리 사둔 볍씨 100포대와 못자리용 상토 2천포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타버렸다. 불이 꺼지고 이틀이 지났지만, 타다 만 잔해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임씨는 "4월에 모종을 키우고 5월에 논밭에 심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모든 게 타버려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태어나서 이런 불은 처음 겪어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산불은 임씨 육묘장에서 6㎞가량 떨어진 오대리의 한 사과밭도 집어삼켰다.
슬픈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불에 탄 나뭇가지들을 분주히 정리하던 강명화(59) 씨는 취재진을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2층짜리 집과 30평 규모 냉동창고, 수천만원대의 농기계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창고와 맞닿은 1천평 규모 사과밭은 군데군데 새까맣게 그을렸고, 사과나무 3분의 2 정도는 죽었다.
꽃이 피어야 할 시기지만 불길에 휩싸여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일부 꽃눈은 바짝 말라 건드리기만 해도 가루처럼 부서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과나무에 수분을 공급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관로가 불에 녹아 버리는 바람에 강씨 아들은 옆에서 직접 물을 길어 나르고 있었다.
강씨는 "대피하지 않고 물을 계속 뿌렸다며 집이라도 남아 있었을 텐데 어떡하냐"며 "죽은 나무를 걷어내고 다시 심어도 수확까지 최소 5년은 지나야 하는데 앞날이 캄캄하다"고 자책하며 가슴을 쳤다.
안동시는 피해 지역이 너무 광범위해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오늘부터 본격적인 피해 조사를 시작했다"며 "아직 불이 잡히지 않아서 어느 정도 진화가 이뤄져야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w@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자산 500조원' 머스크, 포브스 선정 세계부자 1위에 다시 올라 | 연합뉴스
- 김수현 측, '리얼' 노출신 강요 의혹에 "故설리 사전 숙지했다"(종합) | 연합뉴스
- 양주서 스포츠마사지 받던 40대 숨져…국과수서 부검 | 연합뉴스
- 수원 오피스텔 앞에서 모녀 숨진 채 발견…추락 추정(종합) | 연합뉴스
- "누구 죽이고 싶다" 개인방송하며 공중협박한 유튜버 현행범체포 | 연합뉴스
- '드라마 주인공과 비교해서'…친할머니 살해한 손주 2심도 중형 | 연합뉴스
- '탑건' 발 킬머 별세…90년대 할리우드 풍미한 미남 악동배우 | 연합뉴스
- 장제원 빈소 조문 행렬…정진석 "대통령 '가슴아프다' 말해"(종합) | 연합뉴스
- 강릉 정박한 선박서 5천억원어치 코카인 1t 적발…'역대 최대'(종합2보) | 연합뉴스
- 檢, 폭력 시달리다 연인 살해한 40대에 항소심도 징역 20년 구형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