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피할 곳이 없었는데···이젠 좋아요” 이동노동자쉼터 가보니

류인하 기자 2025. 3. 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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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양화로73에 위치한 ‘休서울이동자 합정쉼터’ 내부 모습. 서울노동권익센터

지난 26일 수도권지하철 1호선 종각역 5·6번 출구 사이에 자리잡은 ‘休서울이동노동자 종각역쉼터’에는 오후 5시부터 대리운전 ‘콜’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하나 둘씩 차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손에 ‘콜’을 받을 휴대전화를 쥔 채 또다른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올해로 대리운전 2년차인 A씨는 “지난달에 이곳이 생긴 것을 제일 처음 발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A씨는 종각역을 중심으로 대리운전을 한다. 보통 오후 5시 전에 출근해 새벽 2~3시쯤 일을 마친다. 그는 “지난해 겨울 유독 추웠는데 추위를 피할 곳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편의점은 영업방해가 되니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에 그랑서울 건물 안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고는 했는데 쉼터가 생기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리운전기사 B씨는 “추워도, 더워도 매일 종각역 계단에 앉아 콜을 기다렸었다. 이제 쉼터에서 콜을 기다릴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B씨는 10년째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콜을 기다리며 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믹스커피를 마셨다.

서울시가 이동노동자 휴게권 보장을 위해 지난달 10일 사당역과 종각역 지하철 역사 내에 ‘이동노동자 간이쉼터’를 조성했다. 접근성이 높은 장소에 쉼터를 마련해달라는 이동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제 운영 한달 여를 맞은 두 쉼터에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일 많은 이동노동자들이 다녀간다. 대리운전기사 A씨는 “오후 6시20분이 넘어가면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많은 대리운전기사들이 이곳으로 모인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이동노동자 쉼터 6곳으로 늘어

서울시가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는 종각·사당역 쉼터 이에도 서초쉼터, 북창쉼터, 합정쉼터, 상암쉼터 등 총 6곳이다. 각 쉼터는 이용자 유형에 따라 운영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했다. 자치구에서도 현재 13개의 간이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다. 특히 강남은 24시간 운영하는 ‘강남쉼터 1~4호점’ 등 4곳을 운영하고 있다.

休서울 이동노동자 종각역 쉼터 외부 전경. 서울시 제공

쉼터는 이동노동자라면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다. 현장에서 출입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쉼터 문 옆에 설치된 리더기에 인식하면 출입이 가능하다. 휴대전화 충전기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각종 커피와 티백 등도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혹서기에는 생수·냉방용품을, 혹한기에는 핫팩·방한장갑 등 계절별 안전물품도 제공할 계획이다.

쉼터는 이동노동자들의 업무 노하우를 배워가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B씨는 “신규 대리기사들은 들어오는 콜은 모두 받아서 나가는데 ‘~리’로 끝나는 지역은 돌아올 대책 없이 받아서는 안 된다는 등의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서는 ‘베테랑 대리운전기사’들로부터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곳에 대리운전을 했다가 새벽까지 걸어서 산을 넘어 왔거나, 들개에 쫓겨 나무 위로 올라갔던 경험 등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격주 수요일마다 ‘찾아가는 지하철 노동상담’도 진행 중이다. 이날도 노무사가 쉼터를 찾은 이동노동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쉼터 관계자는 27일 “평소 궁금했거나,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분들이 많다”며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들도 함께 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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