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덮치기 2시간 전, 대피 끝냈다…‘인명피해 0명’ 영덕 지품면

주성미 기자 2025. 3. 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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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청송나들목(IC)까지 왔다는데 마음이 급해서 기다릴 수가 있나. 우린 무조건 대피한다, 국민체육관에 대피소를 준비해달라고 했죠."

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지품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김상덕(54·사진) 면장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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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지품면 김상덕 면장
주민 60%가량이 65살 이상
집집마다 들러 주민들 대피시켜
지난 25일 산불을 피해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킨 경북 영덕군 지품면사무소 김상덕 면장. (왼쪽 사진) 주성미 기자. 영덕읍 주변까지 산불이 확산하는 모습. (오른쪽) 영덕/연합뉴스, 독자 제공

“산불이 청송나들목(IC)까지 왔다는데 마음이 급해서 기다릴 수가 있나. 우린 무조건 대피한다, 국민체육관에 대피소를 준비해달라고 했죠.”

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지품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김상덕(54·사진) 면장은 이렇게 말했다. 청송군과 주왕산 하나를 사이에 둔 지품면은 지난 25일 강풍을 타고 넘어온 산불의 영덕 최전선이었다.

널뛰는 불씨에 집과 창고들은 다 타버렸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장을 지킨 김 면장의 적극적인 판단 덕분이다. 지난 25일 오후 4시 불이 붙은 청송나들목과 지품면의 거리는 20여㎞다. 아직 주민 대피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김 면장은 “처음에는 지품초등학교를 대피소로 쓰려고 학교와 이야기를 해뒀는데, 불이 심상치 않더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날아다니는 불씨에 마음이 급해서 그냥 무조건 대피한다고 했다. 동네는 안 되고 읍내(영덕읍) 국민체육관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윗선’의 지시를 기다릴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지품면 주민 1800여명 가운데 60%가량이 65살 이상이다. 그 가운데 절반 수준이 여든이 넘는 고령이다. 지품면사무소 직원들과 마을 24곳의 이장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대피해달라고 읍소했다. 남아서 집을 지키겠다는 어르신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차가 준비되는 대로 읍내로 보내고 또 보냈다. 거동이 힘든 분들은 직원들 여럿이 부축했다. 몇번씩 확인하면서 집 안에 숨어 있던 주민들을 찾아냈다. 주민들을 영덕국민체육관으로 대피시키는 데만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약 2시간 뒤인 밤 9시께 화마가 지품면을 덮치면서 전기와 통신이 끊겼다.

27일 경북 영덕군 지품면의 한 건물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탔다. 주성미 기자

김상덕 면장의 빠른 판단은 경험에서 나왔다. 김 면장은 “영덕군청 공무원으로 30여년 지내면서 산불을 많이 보기도 했고, 2021년 영덕시장 화재 때 담당자였다”며 “사람이 안 다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면장과 직원들의 눈을 피해 끝끝내 남아있던 주민도 있었다.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은 집을 지키겠다고 남아 지품면으로 넘어오는 불을 보고서야 발걸음을 뗐다. 다행히 동네 앞 도로를 지나는 차를 얻어 타고 빠져나왔다고 한다.

지품면 신안마을의 박심화(74)씨는 “체육관에 먼저 온 어마이(어머니)랑 며늘(며느리)이가 얼마나 애를 쓰던지”라고 당시를 전했다. 그는 “허물어지는 집 보면 가슴이 아프다카이. 그래도 사람 죽었단 소리 안 난 게 천만다행”라고 덧붙였다.

영덕군 지품면의 끊긴 전기와 물은 이날까지도 복구되지 않았다. 인터넷과 유·무선통신 모두 여전히 끊긴 상태다. 영덕군새마을회는 집집마다 생수 등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난 산불이 번진 영덕군에는 지난 26일까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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