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출근 저지에 막힌 신동호 EBS 사장, '채증' 지시까지

노지민 기자 2025. 3. 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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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대치 끝에 돌아갔으나 '채증' 지시 알려져…여권 이사가 마중 나오기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5년 3월27일 EBS 일산 사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등 출근저지에 막힌 신동호 신임 사장. 사진=노지민 기자

신동호 EBS 신임 사장의 첫 출근이 '불법 낙하산'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구성원들에게 막혀 약 2시간 만에 무산됐다. 신 사장은 향후 출근저지 현장에 대한 채증 또한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방송통신위원 2인(이진숙 위원장·김태규 부위원장)에 의해 임명된 신동호 사장은 27일 오전 8시36분께 관용차를 타고 EBS 일산 사옥에 도착했다. 8시경 집결해 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조합원 등이 이를 막아서면서, 사옥 주차장에서의 대치가 2시간가량 이어졌다.

신 사장은 이날 “이진숙 알박기 신동호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퍼지는 가운데 차량에서 내렸고, 주위를 둘러보며 “대화 좀 합시다”라고 말했다. 이에 “자격이 없다”는 항의가 나왔다. 현장에선 “불법 낙하산 신동호 거부한다” “방통위 불법 인사 철회하라” “위법 절차 동조 세력 물러나라” 등 구호가 이어졌다. 신 사장이 과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위성정당 소속으로 비례대표 출마를 시도하고 미래통합당 대변인을 지낸 일 등을 들어 “어느 공영방송 사장 중에 출마한 사람이 나오나” “정치하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EBS 감독 기구인 EBS 이사회의 이준용 이사(여권·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대표)가 미리 나와 있다 신 사장을 만나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무슨 권리로 이러나” “EBS 이사가 집행부에 관여하는 건가”라는 항의가 나오자, 이 이사는 “EBS 이사로서의 권리”라고 맞받았다. 이 이사는 신 사장이 도착하기 전 취재진에게 EBS 간부들의 보직 사퇴를 두고 “이사로서 강력히 주의를 줄 것”이라거나, 현장의 한 간부 어깨를 짚으며 “적절치 않다”고 했다.

▲2025년 3월 27일 신동호 신임 EBS 사장 출근에 앞서 EBS 일산 사옥 로비에 모인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조합원과 타 지본부 구성원들. 사진=노지민 기자
▲2025년 3월27일 EBS 일산 사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등 출근저지에 막힌 신동호 신임 사장. 사진상 좌측은 김성관 EBS지부장이 말하던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 중인 이준용 EBS 이사. 사진=노지민 기자

이 자리에서 김성관 EBS지부장은 이 이사에게 “불법하게 사장이 오면 막아주셔야지, 신동호를 지키러 온 것인가”라고 항의했다. 김 지부장은 또한 신 사장을 향해 “모든 공영방송을 다 무너뜨려야 편하겠나. MBC 넘어뜨리고 KBS 무너뜨리고 이제 EBS 무너뜨리려 지시 받고 온 건가. 돌아가시라”고 했다. 출근저지에 동참한 윤성구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EBS는 이진숙이 마구 나눠줄 전리품이 아니다.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에게 나눠줄 방송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과거 유튜브 채널에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 제목의 영상을 올린 일에 빗댄 것이다.

신 사장은 중간중간 항의하는 이들을 향해 “저분은 어디에서 오셨나” “왜 구호가 멈췄나” 등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집에 가라” “고 홈(Go Home)” 등을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는 “EBS 맞네, EBS 맞아”라고 말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던 신 사장은 오전 10시30분께 현장을 떠나면서 “저는 절차를 거쳐서 임명이 됐고 법리적 판단은 어느 일방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출근저지 인원은) 같이 일해야 할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갈등이 있더라도 협의하고 대화해서 극복해나갈 문제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표현을 하되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2인 방통위'가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MBC 대주주) 임명 집행정지를 확정한 것을 두고는 “어떤 하나를 가지고 아전인수적 해석을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025년 3월27일 EBS 일산 사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등 출근저지에 막힌 신동호 신임 사장. 사진=노지민 기자

거듭 '대화'를 강조한 신 사장이지만, 출근저지 인원에 대한 '채증'을 지시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신 사장이 구성원 등과의 대치 속에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전체 보직 간부가 신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직 사퇴를 한 만큼 실제 채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신 사장이 떠난 EBS 사옥에선 신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90여 언론·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신동호 사장 임명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충실한 하수인을 선택해 EBS마저 장악하겠다는 방통위 의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성관 EBS지부장은 “모든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위법한 사장 임명에 맞설 것이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회복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BS를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5년 3월27일 EBS 일산 사옥에서 2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동호 EBS 사장 선임을 규탄하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다. 사진=노지민 기자

윤성구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EBS는 소중한 국민의 자산이자 학생들을 위한 채널이다. 신동호는 사랑하는 선배 이진숙의 품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 사장에 대해 교육 전문성이 없고, 반공영적 인사이고, 전직 언론인이지만 저널리즘 정신을 갖지 못했으며, 본인을 임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 등을 '무자격' 사유로 들었다.

전성관 MBC본부장은 “언론장악 수괴 이진숙, 세치 혀로 권력의 단맛을 쫓아다니는 최재혁, MBC를 암흑으로 몬 데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금뱃지 달고 언론의 공영성을 지금도 망치고 있는 김장겸,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인 EBS를 망치기 위해 이진숙의 하수인으로 내려온 신동호까지 MBC 적폐들의 종합선물 세트라 할 만한 인물들이 대한민국 언론의 흑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박상현 KBS본부장은 “정권의 언론 알박기가 점점 절정을 다해가고 있다”며 “방송 적폐들이 우글거리는 방송판을 싹 갈아엎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김유열 전 EBS 사장이 '2인 방통위'의 신동호 사장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무효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전날에는 EBS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서장 52명이 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신 사장 임명에 대한 항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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