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가 처음 아니다, ‘리버풀 성골→레알’ 선배들 어땠나 [PL 와치]


[뉴스엔 김재민 기자]
리버풀을 버리고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성골 유스'는 아놀드가 처음이 아니다.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의 레알 마드리드행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영국 'BBC'를 비롯한 현지 유력 매체들은 3월 25일(이하 현지시간) 아놀드가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으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는 데 합의했다는 보도를 일제히 전했다.
리버풀로서는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단순히 핵심 선수 한 명을 이적료도 받지 못하고 공짜로 보내는 문제가 아니다. 아놀드가 리버풀 태생에 리버풀 유소년팀을 거쳐 리버풀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온 소위 '원클럽맨 성골 유스'이기 때문이다.
리버풀 현지에서의 분노도 거세다. 특히 지역 연고 의식이 더 강한 유럽 축구, 그중에서도 잉글랜드 내에서도 지역색이 강하기로 유명한 리버풀이기에 아놀드의 '자유계약 런(Run)'은 거센 비판으로 이어졌다. 아놀드가 리버풀 주장이 꿈이라는 인터뷰도 남긴 적이 있기에 괘씸죄도 더해진다.
역사의 반복일 수도 있다. 리버풀의 '로컬 보이'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은 아놀드가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1999년 스티브 맥마나만이 있다. 1990년 리버풀 1군에 데뷔한 맥마나만은 당시 리버풀이 배출한 유망주 군단의 일원이었다. 맥마나만과 함께 로비 파울러, 데이비드 제임스, 제이미 레드냅 등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성장한 이들을 모아 '스파이스 보이즈(Spice Boys)'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유명 여성 가수 그룹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맥마나만은 1996년 UEFA 유로 96에서 활약해 대회 베스트 일레븐에도 선정됐고, 이듬해에는 프리미어리그 PFA 올해의 팀에도 들며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올라섰다. 그러나 맥마나만은 1999년 초 리버풀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로 선합의하면서 리버풀 팬들을 실망케 했다.
레알 생활도 시작은 좋았다. 맥마나만은 1999-2000시즌 주전으로 활약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함께 했다. 그러나 이후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 주도 아래 '갈락티코' 정책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입지가 줄었다.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 등에 밀렸던 맥마나만은 2003년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며 레알 생활을 마무리했고 2년 후 은퇴했다.
선수 개인으로서는 리버풀 시절보다 좋았다고 할 수 없지만, 맥마나만은 레알에서 2개의 라리가 우승, 2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챙겼다.
2004년 리버풀을 또 한 번 '성골 유스' 핵심 선수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내게 된다. 프리미어리그 2회 득점왕, 2001년 발롱도르를 차지한 마이클 오언이다.
리버풀에서 UEFA컵(현 유로파리그), FA컵, 리그컵(현 카라바오컵)을 들어봤지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와는 연이 없었던 오언은 메이저 트로피를 수집하기 위해 리버풀을 떠났다. 현역 최고 레벨의 공격수를 보내면서 받은 800만 파운드 이적료는 당시 기준으로도 너무 저렴했다.
오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리버풀은 오언이 떠난 직후 2004-2005시즌 '이스탄불의 기적'을 쓰며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반면 오언은 스타 군단 속에서 힘을 잃고 하락세를 타지 시작했다. 결국 레알 소속으로는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후의 행보는 리버풀 팬들을 더 분노케 했다. 2005년 뉴캐슬로 이적하며 1년 만에 잉글랜드로 돌아온 오언은 2009년 리버풀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충격을 안겼다. 가뜩이나 리버풀 팬들로부터 여론이 나빴던 오언에게는 예수를 배신한 제자 '유다'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적의 성패를 차치하고 보자면, 맥마나만, 오언의 레알행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만한 소지가 있었다. 맥마나만이 활약하던 1990년대는 리버풀의 암흑기다. 2001년 '컵 트레블'(FA컵, 리그컵, UEFA컵 동시 우승)로 기세를 회복하긴 했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도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다툴 레벨의 팀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아놀드는 이미 리버풀에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게 고작 3년 전이다. 물론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레알 마드리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의 리버풀은 20년 전과는 다른 위상의 팀이 됐다.
그렇기에 아놀드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은 맥마나만, 오언보다 더 악질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맥마나만 시대의 리버풀은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었고, 오언은 적어도 이적료라도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성공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던 두 '성골 유스' 선배들과는 달리 아놀드가 레알에서 성공을 이어갈지 주목된다.(자료사진=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 마이클 오언)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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