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궁극의 대안은 캐나다 모델[시평]

2025. 3. 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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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모수개혁안 국회 통과했지만
低부담-高급여 시스템 그대로
CPP는 영구히 고갈 없게 설계
한국은 연기금 1212兆 확보 중
이 중 737조 원은 운용 수익금
지속성·보장성 모두 확보 가능

지난 20일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보험료율은 13%로 4%포인트(P)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3%로 3%P 인상된다. 보험 수리적으로 봤을 때, 보험료를 4%P 올리면 소득대체율을 10%P 정도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3%P만 올렸으므로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저(低)부담-고(高)급여’ 체제다. 기금 고갈 우려가 없는 캐나다 국민연금(CPP)의 ‘보험료 11.9%, 소득대체율 33.3%’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캐나다보다 보험료를 1%P 더 내게 하겠다면서, 소득대체율은 10%P나 더 높게 약속한다.

여야 없이 젊은 의원들은 이번 개혁이 젊은 세대에 불공정하다면서 반발한다. 그러나 이번 연금개혁으로 40, 50대가 좀 더 받게 되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받을 연금의 상당 부분을 보험료로 내게 됐다. 이번 개혁으로 후세대의 불공정한 부담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나, 일부라도 완화될 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연금개혁은 받아들이되 장기적으로 재정 안정화와 노후소득 보장을 담보할 구조개혁안을 만드는 데 젊은 의원들이 앞장서길 기대한다.

현재 구조개혁안으로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충분한 보험료 인상이 어렵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인구 고령화율이나 제도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연금 수급자 수)에 맞춰 자동으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올리거나 △물가 인상만큼 연금액을 조정하지 않아 연금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이 2가지를 병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매우 높다. 자동안정화 장치가 노후소득 보장을 너무 훼손할까 봐서다.

보험료도 못 올리고 연금액도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CPP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캐나다는 보험료 수입에 더해 연기금운용 수익금을 재원으로 삼아 연금을 지급한다. 기금운용 수익을 영구히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갈 없이 일정 수준의 연기금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사전적으로 보험료를 올려 연기금을 충분히 쌓아 놓고, 운용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돈이 돈을 계속 낳아 돈이 고갈되지 않게 말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를 더는 올리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캐나다처럼 거대한 국민연기금을 가지고 있다. 저부담-고급여 체제지만, 보험료 납부자가 2200만 명으로 연금수급자 700만 명의 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121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737조7000억 원은 보험료 수입이 아니다. 그동안 기금을 운용해서 벌어들인 수익금이다. 현재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금이 보험료 수입과 맞먹거나 더 많은 해도 있다.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연금 지출이 늘어나면 연기금의 고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운용수익금을 창출할 원금이 줄고, 결국은 사라진다. 연기금이 고갈되면 기금운용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면 보험료를 올리든지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전에 보험료를 올리거나 국고를 투입해 투자자금을 미리 충분하게 확보함으로써 ‘돈이 돈을 계속 낳아’ 기금이 고갈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2023년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연금개혁특위에서 CPP 방식 적용을 논의했었다. 소득대체율 40%를 전제로 했을 때 15%까지 보험료를 인상하고 매년 10조 원씩 20년간 국고를 투입하거나, 12%까지만 보험료를 올리고 매년 국고를 GDP의 1%(연 20조 원)씩 투입하면 연금액 삭감 없이 약속된 연금을 영구히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당장 보험료를 15%까지 인상하기도 어렵고, GDP의 1%라는 큰 규모의 재정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이 논의는 중단됐다. 대신, 가능한 수준의 모수개혁안 만들기에 치중했다. 하지만 모수개혁은 단기 응급처방일 뿐이다. 연기금이 고갈되는 순간 순전히 보험료 수입에만 의존해야 한다. 보험료율을 최대 35%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 아니면 실질 연금액을 4분의 3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한다. CPP 모델은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가능성과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구조개혁 논의 때 CPP 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 바란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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