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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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햄’ 논란 이후에도 백 대표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원래 점심시간에는 매장 밖까지 줄이 길었는데, 요즘은 빈자리가 많아요. 손님들도 앉아서 계속 백 대표 얘기만 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12시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음식점 매장 안. 10년째 매장을 관리해온 점장 김모 씨는 최근 불거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논란에 대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답했다. 실제 점심 장사로 한창 바빠야 할 시간이었지만 매장 내부는 한산했다. 더본코리아 산하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이 매장은 최근 들어 부쩍 손님이 줄었다. 김 씨는 “하루 평균 매출이 기존보다 30%가량 떨어졌고, 배달 건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관련된 악재가 잇따르면서 산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가맹 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백 대표는 지난 1월 말 발생한 ‘빽햄’의 품질 및 가격 논란을 시작으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농지법 위반,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등 최근까지도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불매 운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가맹 점주들의 긴장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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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원톱 체제의 그림자…불안한 점주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더본코리아 프렌차이즈 매장./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더본코리아 프렌차이즈 매장./사진=박수림 기자
점주들의 불안이 커진 이유는 더본코리아가 ‘백종원 원톱’ 기업인 것과 관련이 깊다. 그간 더본코리아는 백 대표가 가진 대외적 이미지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해왔다. 실제 백 대표가 지난 2015년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 더본코리아의 산하 프랜차이즈가 30여개로 확대되는 등 기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백 대표가 전수하는 장사 노하우와 요리 비법이 대중에게 알려지며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높은 신뢰도를 쌓는 데도 기여했다. 가맹점주들 역시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믿고 창업을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백종원 대표는 사업가이자 방송인이기 때문에 광고홍보 효과 측면에서 다른 기업보다 훨씬 유리하다”라며 “가맹점주들도 백 대표의 그런 점을 보고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표 논란에 대해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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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표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더욱 치명적이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대표로 있던 아오리에프엔비가 대표적 사례다. 일본 라멘 프랜차이즈 ‘아오리의 행방불명’은 지난 2019년 일어난 버닝썬 사건 이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으며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더본코리아 역시 비슷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더본코리아 운영하는 산하 브랜드 22개 가운데 59%에 해당하는 13개 브랜드들의 가맹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본사와 가맹점주 간 매출 부풀리기 논란이 있었던 ‘연돈볼카츠’의 점포 수가 2023년 49개에서 2024년 31개로 줄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백 대표와 관련된 구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맹 사업의 성과마저 부진하자 점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더본코리아 가맹점의 양도 매물이 증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점주들 “불안해도 믿을 수밖에”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 매장에 더본코리아 측에서 새로 만든 원산지 표시판이 부착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 매장에 더본코리아 측에서 새로 만든 원산지 표시판이 부착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하지만 하루아침에 생계를 포기할 수 없는 대부분의 점주들은 불안하지만 백 대표를 믿고 기다리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2개월 전 서울의 한 대학가에 더본코리아 산하 프랜차이즈 매장을 차린 한 점주는 “논란이 계속 끊이지 않고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렇게 계속 이슈가 커지는 게 좋지는 않다”면서도 “백 대표가 점주들에게 따로 사과문을 보냈으니 한 번 믿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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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도 “오늘(21일) 원산지 표기법 위반 관련해서도 우리 브랜드 전 지점에 새로 만든 원산지 표시문을 보내왔다”라며 “본사에서도 처음부터 재점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이번엔 그냥 믿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 백 대표는 지난주 본사 공식 홈페이지에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데 이어 브랜드 점주들이 모여있는 각 커뮤니티에도 별도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후 새로 작성한 원산지 표시문을 각 점포에 배포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

첫 정기 주총…사태 수습 가능할까

오는 28일 예정된 더본코리아 주주총회가 커지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이후 진행되는 첫 정기 주총으로, 백 대표의 여러 논란으로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총을 통해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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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641억512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60억2391만원으로 전년 대비 40.8% 늘었다. 하지만 대표의 연이은 구설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주총에선 이들을 달래기 위한 대응책과 향후 경영 전략 등이 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최근에는 윤리적인 문제들 말고도 법적인 부분에서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라며 “자발적인 점검을 통해 주총에서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는지가 이번 사태 수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