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건물에 물 뿌리는 소방관/사진=연합뉴스
병산서원 건물에 물 뿌리는 소방관/사진=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경북 북부를 강타한 가운데, 안동 하회마을과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 인근까지 번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밤새 소강상태를 보였다.

2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불길이 서원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풍천면 인금리 야산까지 접근했지만, 밤새 크게 확산하지 않고 비슷한 기세를 유지했다. 밤새 바람이 초속 1∼2m로 약하게 불고 방향도 서원 쪽과 비껴 있어서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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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원 인근과 하회마을은 여전히 연무로 가득한 상황이다. 소방대원 50여명과 소방 차량 10여대는 자리를 지키며 대기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회란 이름은 마을 주위를 낙동강이 돌아서 흐른 데서 유래한다.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대표 유학자인 류성룡 등을 배출한 풍산류씨 종가를 비롯해 그의 후손들을 중심으로한 주민 150여명이 살고 있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많이 남아 있고 유교 문화를 비롯한 전통이 온전하게 보존돼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서민들이 놀았던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비들의 풍류놀이 '선유줄불놀이'가 현재까지 전승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1999년 한국을 찾았을 때 하회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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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은 유성룡 선생의 위패를 봉안한 곳으로 2019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9개 서원 중 하나에 포함돼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안동 하회마을에 긴급구조통제단 설치/사진=연합뉴스
안동 하회마을에 긴급구조통제단 설치/사진=연합뉴스
소방당국은 날이 밝는 대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건물과 소나무 숲 등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산림당국도 이 일대 연무가 어느 정도 걷히면 헬기를 띄워 인근 야산에 물을 투하해 산불의 접근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고 밝혔다.

안동 지역에는 이날 오전화 오후에 비 예보가 있다. 다만 강수량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번져가는 불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오전과 오후에 한 때 1㎜ 안팎씩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며 "예상 강수량이 크게 부족해 보이지만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으로 불이 접근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