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도울테니 투자만 해?"…중국 국경 자유무역구 가보니[르포]
원스톱 서비스센터 활발 "공공서비스 개선돼",
부동산 창구만 '북적' 향후 신인도 회복이 관건
"다 해줄 테니까 돈 싸들고 와서 현지법인만 세워달라는 얘기인데요."
재중 한국기업인들과 함께 지난 20일 찾은 중국 윈난성 쿤밍 자유무역시험구 내 원스톱 서비스센터. 환한 채광 속에 지하까지 뻥 뚫린 큰 원형 건물 속에 민원인들을 기다리는 센터 직원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시험구 내에 위치한 각국 기업인들에게 한 자리에서 통관과 물류, 금융, 의료, 사회복지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이었다.
절박한 외자 유치 갈증 속에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공공 서비스 질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는 게 공동 평가다. 동행한 한 한국기업 현지법인 관계자는 "공공서비스 불편 즉시 신고 채널이 생기며 일처리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아직 통용되는 중국이다. 대외신인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전체 쿤밍시험구는 시내 3개 구에 걸쳐있고, 개발 가능 면적만 무려 76㎢에 달한다. 윈난성 내에 이런 시험구 지역이 세 개 있는데 쿤밍시험구가 가장 크다. 입주기업은 지난 2023년 기준 약 4000여개 안팎. 쿤밍시험구 측이 정확한 입주 기업 변동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역언론 '윈난일보'는 지난해 "2024년 8월 기준으로 2019년 첫 출범 당시에 비해 2.2배 수준으로 기업 숫자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쿤밍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 이런 시험구가 22개 있다. 뜻밖에 원스톱 서비스센터 운영에 대한 평가가 좋다. 또 다른 한국 기업인은 "중국 산업단지 서비스센터는 선진국 운영방침을 벤치마킹 하고 있어 좋은 제도가 센터 오픈 동시에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하라면 무조건 하는 중국인들의 성향도 '원스톱'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12345' 전화 등 감시망 강화로 중국의 공공서비스 질이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각 지역정부가 운영하는 생활불편, 기업 부당행위, 공무원 태만 신고전화인데 2023년 기준 베이징에서만 약 2100만여건이 신고됐다. 시 정부가 밝힌 해결률은 95.5%에 달한다. 다른 한국 기업 관계자는 "5년여 전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부터 중국 공공서비스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했다.
중국의 FDI(외국인 직접투자)는 중국 외환관리국 집계 기준 2023년 330억달러(약 48조원)로 전년 대비 무려 82%나 줄었다. 30년 만에 최저치다. 작년엔 1~8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31.5% 줄어든 82억달러였다. 31년 만에 최저치가 가시적이다. 통계 방식이 다른 중국 상무부 집계로도 작년 FDI는 1136억달러(약 167조원)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감소 흐름이 뚜렷하다.
중국 전문가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이 얼마 전 보고서에서 "중국의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불확실한 규제 시행 가능성과 각종 R&D(연구개발) 투자 및 기술이전 요구는 한국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과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데이터보안 규제 등도 추가 비용이나 복잡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쿤밍시험구 원스톱센터도 뜯어보면 1층 기업 활동 관련 창구는 평일임에도 썰렁했고,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지하 1층 창구들은 대부분 부동산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자리들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작년에만 무려 2만3000여건의 민원을 처리했다"고 설명했지만 아직 대부분 입지 문제나 입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 해결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RCEP의 가장 큰 강점이 '원산지 누적 규정'인데, 쿤밍은 이 규정 효과를 가장 잘 구현해 낼 수 있는 지리상 이점을 갖고 있다. 원산지 누적 규정은 역내 여러 국가 제품·재료를 조합해 만든 제품을 역시 역내 국가에서 생산하면 그대로 특혜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참여국 간엔 부품이나 재료가 국경을 여러번 넘어도 역내산으로 인정해준다.
일본 A자동차가 태국에서 차를 조립해 일본에 역수출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산 전장부품을 쿤밍으로 수입해 중국산 배선이나 금속부품을 조립해 모듈로 만들고 이걸 태국으로 수출한 뒤 완성차로 만들어 일본으로 다시 수출해도 관세가 없다. 부품 공급망이 완비된 데다 라오스~태국까지 이어지는 육상운송망을 가진 쿤밍은 가공거점이나 물류기지로 클 여건이 조성돼 있다.
중국 정부의 윈난성 및 쿤밍 투자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 쿤밍시험구 현장 관계자는 "쿤밍시험구는 시진핑 개혁개방 정책의 첨병이며, 시 주석이 방문 당시 지도한 내용을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쿤밍(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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