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마포는 놔두고 왜 11억 우리집만"…용산 집주인 '분통' [돈앤톡]

이송렬 2025. 3. 2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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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마포 집 놔두고 11억 용산 집만 규제"…토허제의 역설
집값 더 낮은데도 규제지역 "말도 안돼" 분통
"구(區) 단위 지정, 시장 왜곡…풍선효과 우려도"
서울 용산구와 마포구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이란 초강수를 두면서 특정 구역이나 동(洞) 단위로 구역을 지정하던 전과 달리 구(區) 단위로 적용해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길 하나를 두고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이 구분되지만, 비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 단지가 오히려 가격이 더 높은 아이러니한 사례도 줄을 잇고 있어서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세양청마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8월 12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작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12월 11억원에 직거래되면서 최고가보다 1억2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더니 올해 들어선 단 한 건의 거래도 신고되지 않았다.

효창동 바로 옆은 비규제지역인 마포구 공덕동이다. 공덕동에 있는 '신공덕1차삼성래미안1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5일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엔 16억250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던 면적대다.

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 가격이 비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 가격보다 더 낮은 상황인데도 단순히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이유로 거래에 제한이 걸린 셈이다.

위례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사진=한경DB


이런 사례는 서울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트리마제' 전용 84㎡는 지난 3일 40억원에 손바뀜했다. 이 아파트 또 다른 전용 84㎡는 지난달 5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 있는 전용 84㎡ 호가는 4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이번에 지정된 강남구 세곡동에 있는 '세곡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17일 1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1월 16억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3월엔 오히려 가격이 소폭 내렸다. 바로 옆에 있는 자곡동 '강남자곡아파트' 전용 84㎡도 지난 8일 17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비규제지역인 성수동에 있는 아파트 가격보다 20억원 낮은 수준이다.

규제지역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위례중앙푸르지오2단지' 전용 84㎡는 지난 1월 15억원에 거래됐지만, 비규제지역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는 26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적용된 이후 주민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효창동에 있는 한 실수요자는 "용산구이긴 하지만 옆에 있는 마포보다도 집값이 더 낮은데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강남구 자곡동에 거주하는 한 실수요자는 "강남 핵심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동네라 규제가 필요할 것 같지 않은데 강남 전체를 묶어버리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전문가 사이에서도 역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 연구원은 "규제지역과 인접, 연접한 비규제지역 집값이 오히려 더 높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예컨대 용산구와 마포구 사이에 있는, 오히려 규제지역임에도 비규제지역보다 가격이 낮은 단지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에겐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으로 나뉜 만큼 거래 등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는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왜곡이 점점 커질수록 나중에 규제를 해제했을 때 키 맞추기의 강도나 속도는 더 빠르게 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은 "'정부가 찍어준 투자처'라는 인식 때문에 규제로 묶여 있는 아파트 대신 재개발지역에 있는 연립·다세대나 상가 등에 투자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매매가 어려워지다 보니 가격이 아파트에는 집주인들이 거주할 가능성이 높고 아파트에 집주인들이 들어가서 살게 되면서 세입자들은 주변에 있는 다른 곳으로 퍼져나갈 텐데 물량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아파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가격이 높은 아파트엔 집주인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아파트엔 세입자들이 들어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4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들 지역에 있는 약 40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대상이다. 오는 9월까지 규제가 적용되지만 향후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지자체의 허가가 필수다. 거주할 실수요자만 매수가 가능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은 불가능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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