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화마…천년 고찰도, 900살 수호나무도 삼켰다

오진영 기자 2025. 3. 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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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국가문화유산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기준 강원도와 경상도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은 모두 8건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소장 유물을 긴급 이송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산불이 거세 국가유산 피해 여부는 진화 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로 했으며, 위험 지역 국가유산의 긴급조치 마련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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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국가문화유산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 재난 위기경보를 사상 처음으로 '심각' 단계로 올리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불길이 좀체 잡히지 않고 확산하면서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기준 강원도와 경상도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은 모두 8건이다. 보물 2건과 명승 1건, 천연기념물 1건, 시도지정문화유산 4건이다. 강원 정선과 경남 하동, 경북 의성과 청송, 울산 울주에서 국가유산이 일부 소실되거나 전소됐다.

국가유산청은 전날 오후 5시 30분 전국에 '심각' 단계의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는 재난으로 국가유산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발령한다. '관심'과 '주의', '경계', '심각' 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 수준의 경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하동에서는 경남도 기념물인 수령 900여년의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이 나무는 높이 27m, 둘레 9.3m로 고려시대 강민첨 장군이 심은 이후 마을의 수호수 역할을 해왔다. 경북에서는 신라 신문왕 1년(서기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추정)됐다. 이외에도 보물로 지정된 의성 고운사의 연수전, 가운루 2채가 피해를 입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직 불길이 마을까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주민과 관광객은 어제 오후 5시부터 모두 대피한 상태다. 국가유산청과 소방당국은 밤새 물을 뿌리는 등 화재에 대비하고 있으나 불길이 마을 인근 5km 앞까지 다가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보 하회탈 11점과 병산탈 2점이 보관된 안동시립박물관, 경남 하동의 모한재도 산불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다. 두 시설 모두 산 아래에 위치해 있고 한 두 곳의 고개만 넘으면 바로 산불 피해 지역과 연결돼 있다. 국가유산 보유사찰인 청계사는 전날 화엄경소 등 경전을 이동시켰으나 좁고 가파른 지형 탓에 진입이 어려워 자칫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동이 가능한 문화유산을 소산(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국가유산청이 소산한 동산 문화유산은 보물 10건, 시도유형문화유산 5건 등 15건이다. 경북 의성 고운사의 석조여래좌상, 영주 부석사의 고려목판, 안동 봉정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유산이 인근 박물관·연구소로 옮겨졌다.

적극적인 진화 작업에도 불길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국가유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안쪽까지 번졌다. 지리산국립공원에는 구례 화엄사, 하동 쌍계사 등 사찰과 국보 8건·보물 33건 등 문화유산이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소장 유물을 긴급 이송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산불이 거세 국가유산 피해 여부는 진화 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로 했으며, 위험 지역 국가유산의 긴급조치 마련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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