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불닭·소주 넘쳐나는데⋯K푸드 "방법이 없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 빨간 포장지에 그려진 불을 뿜고 있는 닭 모양 캐릭터. 영락업는 '호치(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마스코트 캐릭터)'다. 제품명도 한글로 '핵불닭볶음면'이라고 적혀있다. '할랄 마크'까지 붙었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 볼수록 미묘하게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삼양식품 마크 대신 '빙고원'이라는 기업명이 들어가 있고, 뒷면을 살펴보면 'MADE IN P.R.C'라고 적혀 있다. P.R.C는 'People's Republic of China'의 약자로 중국의 공식 명칭인 중화인민공화국을 의미한다. 별다른 의심 없이 이 제품을 집어 들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중국산 짝퉁 불닭볶음면을 먹게 되는 셈이다.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K푸드가 '짝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 식품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진 점을 악용해 인기 제품의 포장, 제품명 등을 유사하게 모방한 위조 상품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K푸드를 대놓고 베끼는 짝퉁 제품이 전 세계 곳곳에서 팔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만 1조원 넘게 팔리며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대표적인 '베끼기 타깃'이다. 불닭볶음면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카피 제품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삼양식품의 라면 제조 스승 격인 일본 닛신식품까지 모방 제품을 내놓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빙고원 제품처럼 한국 제품명까지 노골적으로 베껴 소비자 혼동을 유도하는 제품도 상당히 많다.
중국 청도태양초식품과 정도식품 등 2개사는 인기 K-푸드 상표와 디자인을 도용한 제품 포장에 '사나이'라는 한글 브랜드를 부착한 유사 한국식품을 생산해 중국 전역에 온·오프라인으로 유통·판매해 왔다. 불닭볶음면은 물론 CJ제일제당의 '다시다', 대상의 '미원', 오뚜기의 '당면' 등 국내 인기 제품들이 이들의 모방 타깃이었다.
동남아 지역에선 짝퉁 소주가 판을 치고 있다. 초록색 병에 한글 제품명이 적혀 있어 언뜻 보면 한국 제품으로 보이나, 현지 제조사가 만든 가품이 수두룩하다. 동남아 주요 시장인 베트남만 해도 유사 소주 브랜드가 20여 개, 제품 종류가 170가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식품 기업들이 이러한 짝퉁 제품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되는 제품에 대해선 상표권, 저작권 침해 등을 근거로 경고장 발송이나 행정조치에 나서거나 현지 로펌에 관련 사건을 의뢰하는 등 대응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국가마다 인정하는 기준도 다르고, 들이는 노력 대비 효과가 부족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적 대응에 나선 우리 기업들이 현지 법원에서 명확한 피해 규모를 입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지난 2021년 말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 국내 식품 업체 4곳은 한국식품산업협회와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사나이 브랜드로 짝퉁 제품을 파는 태양초식품유한공사·정도식품유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23년 3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진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법원은 두 업체가 한국 기업들에게 약 10만 위안에서 2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800만원에서 3700만원 수준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마저도 중국 업체들은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부 사건에 대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K푸드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나빠질 수 있다. 짝퉁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지고 조악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접한 현지 소비자들이 짝퉁 제품을 한국 제품으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개별 기업의 대응이 어려운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젠 한국 정부도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지식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펼쳐야만 할 것"이라며 "이러한 짝퉁 식품이 전 세계에서 기승을 부리면 K푸드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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