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더 못해 ‘나가줘 축구’…특정 선수 의존 ‘해줘 축구’

황민국 기자 2025. 3. 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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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전 무승부에 비난 쇄도
홍명보 감독 전술 한계 지적에
시차 적응·잔디 문제 등 거론

스포츠에서는 홈경기가 원정경기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익숙한 구장에서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면 약팀도 강팀을 이기는 마법을 부린다. 원정지에서는 불리함을 안고 경기한다.

한국 축구는 최근 그 상식을 거스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에서 한국은 8경기를 치렀다. 홈에서 1승3무, 원정에서 3승1무를 기록했다.

홈에서 치른 20일 오만전과 25일 요르단전도 모두 1-1로 비겨 목표로 했던 승점 6점이 아닌 2점을 더하는 데 그쳤다. 본선 진출 조기 확정은 무산됐고, 6월 이라크·쿠웨이트와 치르는 9·10차전에서 최종 결정하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안방 부진’은 3차 예선 선두 그룹과 비교하면 훨씬 도드라진다. 스포츠 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각 조 2위 이내 팀 중 한국(25%)보다 홈 승률이 낮은 팀은 없다. C조 1~2위인 일본과 호주가 50%고, 그 외 팀들은 홈에서 66.7% 이상 호성적을 거뒀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사진)도 ‘홈 미스터리’에 대해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5일 요르단과 1-1로 비긴 뒤 “홈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정확하게 그 이유를 파악하지는 못했다”며 “부담을 너무 많이 갖는 부분과 분위기, 우리가 집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정확하게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홈경기 분위기가 더 부담스러운 이유를 정확하게 짚지는 않았다. 지난해 9월 홈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 당시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의문으로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기는 했다.

일부 선수가 관중석을 향해 항의하면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A매치에서 대표팀은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응원을 받았다.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변명에 가깝다.

국내 구장 잔디와 시차를 원인 중 일부라고 하는 선수들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K리그에서는 부상자가 잇따라 나올 정도로 구장 잔디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손흥민(토트넘)은 “원정에서 결과가 더 좋은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홈에서 잔디 같은 요소가 발목을 잡으면 어느 부분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나. 작은 디테일로 승부가 갈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재성(마인츠)도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환경에서) 지원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만족을 못하고 있고,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단 내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 설영우(즈베즈다)는 같은 질문에 “요르단 선수들이라고 해서 잔디가 좋았던 게 아니다. 같은 상황이었다. 잔디 때문에 비겼다는 것은 핑계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소집된 선수 대부분이 국내파보다는 유럽파 혹은 중동파다 보니 홈보다 원정에서 시차 적응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손흥민은 “멀리서 온 선수들이 시차 적응 때문에 버스에서 조는 모습을 보면 고맙고 대견하면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차 적응이 문제라면 K리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오만과 요르단 상대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은 (김민재와 이강인 같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 부분에 대한 플랜 B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손흥민 역시 요르단전 코너킥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클래스가 다른 활약을 보여주리라는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홍 감독이 너무 선수들을 믿는 게 아닌가 싶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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