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 “헌재, 언제까지 선고하겠다고 국민에게 일정 밝혀야” [김은지의 뉴스IN]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김은지 기자
■ 출연 : 김만권 정치철학자, 김영화 기자
★ 첫 번째 뉴스 키워드 : 이재명 ‘공직선거법 2심’ 무죄
■ 김영화 /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오늘(3월26일)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김문기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발언과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 모두 허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 항소심에서 뒤집히면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되었습니다.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해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면서 “검찰과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와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라고 지적했는데요. 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시사IN〉에 “2심 판사가 너무 성실하고 꼼꼼하게 모든 쟁점을 다 짚어서 검찰이 부끄러웠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끝났다고 본다. 헌재가 빨리 파면하는 게 최대 과제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황스러운 모습인데요. 권성동 원내대표는 “허위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같은 사안에 대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 진행자 / 오늘 나온 선거 결과, 김만권 박사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김만권 / 이재명 대표가 걸려있는 모든 사법 리스크 중에 어쩌면 가장 쉽게 지나갈 이슈라고 생각했던 거였는데 가장 무거운 형이 떨어졌죠. 1심 판결의 경우 ‘적극적 허위사실 공표’라는 걸 썼던데 이게 좀 애매모호했어요. 그럼 소극적 허위사실 공표가 있다는 얘긴가요? 말이 안 되죠. 보도된 내용을 보면 재판부가 아주 꼼꼼하게 본 것 같고 대략 상식선에서 판단이 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나아가 이번 판결이 이재명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듯한 게 되어 버렸는데요. 이재명 대표가 진행 중인 재판이 4개인데, 그중에서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 재판 두 개가 제일 빨리 진행되었어요. 결국 이 두 건 모두 무죄(공직선거법 2심 무죄, 위증교사혐의 1심 무죄)가 나온 상황이기 대문에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상당히 덜어낸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건지가 결정되는 시점인데요. 인용이 된다면 지금 판단이 이재명 대표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두 번째 뉴스 키워드 : 헌재, ‘尹 탄핵 선고’ 이러다 4월로?
■ 김영화 / 아직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일자가 공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4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선고가 늦어지는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헌재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오는 4월11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양상인데요. 어제는 한강 작가를 포함해 문학인들이 파면을 촉구하는 한 줄 성명을 내는가 하면, 남태령에서는 전농의 트랙터 시위대가 경찰이 1박2일 대치를 또 이어갔습니다. 그런 가운데, 헌법재판관 중 유일하게 한덕수 총리 탄핵에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을 향한 도 넘은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 재판관의 집 주소를 찾아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고 집 주변에 찾아가 고성을 지르며 위협했습니다.
■ 진행자 / 헌재 선고가 너무 늦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에 따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만권 / 가장 큰 문제가 뭐냐면 온갖 ‘뇌피셜’이 폭발하잖아요. 그런 사고들이 이성적 판단을 막고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헌정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고 비상사태가 오면 그걸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리기 위해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은 흠결 없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너무 늦어지고 있어요. 상식있는 정치학자나 법학자들이 본다면 이건 그냥 인용이에요. 이걸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질 이유가 없는 판단입니다. 헌법재판관들도 ‘우리가 언제까지 선고하겠다’ 그 일정을 명확하게 해줘야 하거든요. 가장 뛰어난 정치 지도자의 역량을 묻는다면 ‘국민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치는 예측 가능성을 주기가 힘들어요. 변덕스럽고요. 하지만 우리가 사법 시스템을 믿는 이유는 철저하게 예측 가능성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관들이 우리에게 예측 가능성을 반드시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헌재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이번 판결을 통해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 세 번째 뉴스 키워드 : 노상원 “尹, 5·18 행사 가고 생선 만져라”
■ 김영화 / 네, 〈한겨레〉 보도인데요. 전 정보사령관이었던 노상원씨의 경찰 진술을 보면, 성범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퇴역한 탓에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여러 조언을 전했다는 겁니다.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하는가 하면, “광주 5.18 (추모식)에 참석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고 건의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023년 7월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 시장에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고요.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 진행자 / 뿐만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난동을 피운 후 구속된 윤 대통령 지지자와 관련된 소식도 있습니다.
■ 김영화 /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중국 대사관과 경찰서 난입을 시도한 안 아무개씨가 구속기소 되었는데요.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안씨는 미국 중앙정보국 CIA, 이스라엘 모사드, 인터폴 등 해외 기관 다섯 곳의 신분증을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사용도 했는데요. 2월14일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경찰서에서도 이 위조 신분증을 제시하며 자신이 ‘블랙요원’ 마이클 피터스 대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안씨는 〈스카이데일리〉의 ‘중국인 간첩 99명 선관위 체포 후 주일 미군기지 압송’ 기사의 취재원이라고 주장하는데, KBS 〈추적 60분〉과 인터뷰에서 ‘사실 속인 것이었다’고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 진행자 / 지금까지 퍼졌던 가짜뉴스, 음모론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있는지 해당 당사자들의 폭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음모론이 퍼지는 걸까요?
■ 김만권 /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믿고 싶은 바를 믿는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결국 내가 속한 집단에 이익이 된다고 한다면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닌 거죠.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가’가 그것이 진실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일전에 ‘거짓말의 시대’가 아니라 ‘개소리의 시대’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캡틴 아메리카 안씨와 노상원씨를 보면서 느껴지는 게 있는데요. ‘폭민(暴民)’으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흔히 폭민을 동원하는 엘리트와 필요에 의해서 폭민을 용인하는 엘리트가 있거든요. 폭민들의 본질은 자신이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하고 ‘역사가 나를 부른다면’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에겐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누군가 불러준다는 사실이 되게 중요합니다. 이 폭민을 동원하는 엘리트들은 그 힘을 행사할 만한 사람들이 늘 필요하거든요. 특정인을 호명해서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노상원씨가 그런 폭민을 동원하는 엘리트 부류였다면 캡틴 아메리카 안씨는 그 폭민의 일부라고 볼 수 있죠. 폭민의 핵심이 힘을 숭배하는 사람이거든요. 복장 보세요, ‘캡틴 아메리카’잖아요. 이 집단들은 자신들이 정의라는 명목 아래 움직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는 건 뭐든지 다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이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웃고 넘길 일은 결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네 번째 뉴스 키워드 : 싱크홀에 산불까지, 재난의 정치학
■ 김영화 / 전국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북 의성 산불은 안동을 지나 청송, 영덕으로 확산하고 있고 경남 산청, 하동 산불은 지리산 국립공원 안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속보에 따르면, 산불 사망자는 24명으로 늘어났습니다.대부분 노약자로, 갑작스런 대피를 시도하다 차량이나 도로 등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의성에서는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33세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했습니다. 갑자기 꺼진 도로의 지름과 깊이는 각각 20M에 달할 정도로 대형 규모였는데요. 가장 역할을 하며 주 7일을 일하던 청년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는데요. 사고 발생 전 인근 주유소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는 등의 ‘민원’이 다수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진행자 /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재난재해를 겪고 있는 와중에 정치의 역할을 고민하게 됩니다.
■ 김만권 / 이번 재난재해로 피해를 입고 목숨을 잃으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늘 재난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재난이 매뉴얼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재난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이런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정치인이라고 불렀죠. 사실 ‘책임’이라는 말 자체가 영어로 ‘responsibility’, 즉 대응하는 능력이라는 뜻이거든요. 선제적 대응에서는 방향을 결정하고 책임져주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관료는 기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이에요. 잘 안 움직이죠. 권한대행 체제라는 말은 뭐냐, 국가에서 행정적인 결정과 책임을 확고히 내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태원 참사를 거치면서 재난을 막을 국가의 의무가 다 붕괴된 상태에 그 컨트롤타워마저 아예 부재한 상태가 되었어요.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에 있을 때도 ‘무정부 상태 같다’는 말이 돌았는데, 지금은 정말 ‘무정부 상태의 무정부’로 와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산불로 24명이 목숨을 잃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복구시켜야 하고, 그것이 정상적인 정치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기사 인용 시 〈시사IN〉 ‘김은지의 뉴스IN’으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제작진
프로듀서: 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김만권 정치철학자, 김영화 기자, 김종대 전 의원, 조성식 기자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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