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산불, 안전한 대피 방법은?…"호흡기 건강 유의"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2025. 3.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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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상북도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다. 화재로 인해 주택이나 공장 전소 등 재산피해와 문화유산 소실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인명피해까지 속출하는 상황.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 기준 산불 사태로 인한 사상자는 총 37명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산불의 영향권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대처가 없다면 인명피해가 계속해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화마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속한 대피가 필수다. 이때 불길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주의해야 한다. 산불이 미처 덮치기도 전에 연기 속 유독 물질이 호흡기로 들어오면서 빠르게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 화재 연기가 호흡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안전한 대피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산불이 발생하면 불길만큼이나 연기에도 주의해야 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화재 연기 속 유해 물질이 건강 위협…금세 사망 이를 수도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에는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수많은 유해 물질이 섞여 있다. 게다가 불길이 직접적으로 닥쳐오지 않았더라도, 바람을 타고 공기 중을 떠다니며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탓에 수많은 이들의 호흡기를 위협하곤 한다. 실제로 화재 이후 영남 지방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배, 일산화탄소 농도는 2배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러한 유해 물질들은 대부분 입자가 작아 코, 인후, 기관지를 거쳐 폐포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침이나 목 따가움 같은 가벼운 증상은 물론, 급성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임산부, 어린이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만성 호흡기 질환자 등이라면 이러한 유해 물질 노출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일산화탄소가 체내로 들어오면, 산소보다 빨리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전신에 산소 공급을 막고 질식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응급의학과 김성호 원장(류마이지내과의원)은 "일산화탄소 중독 초기에는 두통,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며, 중증으로 진행되면 빠르게 의식이 저하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경우 심정지 등으로 이어져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데,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화재 시에는 연기에 호흡기가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연기 속 유해 물질은 호흡기뿐만 아니라 체내 여러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연기와 재 등이 눈에 닿으면 자극성 결막염이 발생해 눈물과 눈 따가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피부가 자극을 받아 아토피 피부염이나 접촉성 피부염 등이 심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암이나 심장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임산부의 경우 기형아 출산이나 조산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심지어 장기간의 산불 연기 노출은 일반적인 대기오염 노출에 비해 치매 진단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산불 발생 시 대피 방법|출처: 행정안전부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중요…이상 증상 있다면 병원 가야
이렇게 인근 지역에 산불이 발생했다면,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경로를 확인하고 비상용품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 이후 지역의 안내에 따라 산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회관, 학교, 공터 등 안전한 장소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며, 혹시 안내가 없더라도 연기 냄새가 나거나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사전에 대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만약 연기가 가까이 다가왔다면 호흡기로 가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보통의 공기보다 가볍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연기가 아래로 가라앉기보다는 위로 치솟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이용해 최대한 낮은 자세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젖은 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막아 유독가스가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KF 94 정도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기에 노출된 후에는 이상 증상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김성호 원장은 "가래를 뱉거나 거울을 봤을 때 그을음이 보이지 않고 단순히 인후통만 있는 정도라면 2~3일 만에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라며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 목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가래를 뱉었을 때 그을음이 많이 묻어나거나, 3일 정도가 지났음에도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면 응급실 진료를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의식을 잃거나 정상적인 호흡이 어려울 정도라면 즉시 가까운 응급실에 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농도의 산소를 투여하는 고압산소치료 등을 시행하면 혈액 속 일산화탄소가 제거되며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이후 퇴원을 했더라도, 뒤늦게 지연성 뇌 손상에 의한 의식 저하나 인지장애, 보행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상 증상이 있다면 빠르게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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