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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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월급 통장’으로 불리는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시세 차익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월배당 ETF가 처음 출시된 2022년 1조원을 조금 웃돌던 시장 규모는 현재 2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변동성 피해 월배당으로”

"제2의 월급이 따박따박"…은퇴한 부모님 비결 알고 보니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총 108개의 월배당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2022년 19개뿐이던 관련 상품은 2년여 만에 100개를 훌쩍 넘었다. 순자산총액(AUM)은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22조9608억원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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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배당 ETF는 말 그대로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식, 채권, 옵션,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서 나오는 배당, 이자, 임대료 수익이 재원이다. 국내에 ‘월배당’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은 신한자산운용이다. 도입 초기엔 분기 배당이 일반적이었지만 2022년 6월 ‘SOL 미국S&P500’ ETF 출시를 기점으로 월배당 상품이 쏟아졌다.

월배당 ETF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중장년 투자자를 주로 겨냥한다. 매월 입금되는 분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구조여서다. 수년 전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FIRE)족’ 열풍이 분 뒤엔 젊은 투자자들도 앞다퉈 돈을 넣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연초부터 증시가 요동치자 수요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불안 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분배금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배당에 매매 차익까지 분배

새로운 형태의 상품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타임폴리오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 ETF가 대표적이다. 배당주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도주에 동시 투자해 배당과 함께 매매 차익까지 분배금으로 주는 게 특징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타임폴리오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는 지난해 월배당 외 특별배당을 두 번이나 시행할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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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상품 상장도 꾸준하다. 올해 들어서만 5개 종목이 출시됐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이를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매도하는 방식이다. 콜옵션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을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만큼 일반 주식형보다 분배금이 높은 편이다. 일부 상품의 분배율은 연 20%에 달할 정도다.

올해 투자자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월배당 ETF 10개 중 6개가 커버드콜 ETF였다.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순매수액이 302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1850억원),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1771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1331억원) 등 순이었다.

월배당 리츠 ETF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다. 리츠 ETF는 부동산 임대 수익 등으로 분배금을 마련하는 구조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리츠는 금리가 떨어질수록 자금 조달 비용이 적게 들어 수익이 늘어난다. 국내 리츠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올해 수익률은 7%대다. ‘KIWOOM 리츠이지스액티브’는 9.28%를 기록 중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