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충돌의 고통과 섹스의 절정은 서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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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즉 서사를 구성하는 데는 인물, 사건, 배경의 3요소가 꼭 필요하다.
영화 제목(크래쉬: 디렉터스 컷) 그대로 자동차 '충돌'로 입은 상처, 고통, 절단, 무의식과 연결된 최고의 '절정'만을 앞세우고, 이 절정은 그대로 성적 '카타르시스'로 용해된다.
"자동차 사고는 생산적인 거야. 성 에너지의 해방이야!"라고 말하는 화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최악의 환경에서 비로소 꿈틀대는 본능의 절정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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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즉 서사를 구성하는 데는 인물, 사건, 배경의 3요소가 꼭 필요하다. 이 영화는 우선 '인물'이 없다. 주인공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외에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건'도 없다. 인물 사이의 관계도를 통해 기승전결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배경'으로 이 영화가 선택되고 제작되는지에 대한 구성의 조밀함도 물론 파악하기 힘들다.
영화는 그렇게 불편할 대로 불편한 '서사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다. 카타르시스다. 영화 제목(크래쉬: 디렉터스 컷) 그대로 자동차 '충돌'로 입은 상처, 고통, 절단, 무의식과 연결된 최고의 '절정'만을 앞세우고, 이 절정은 그대로 성적 '카타르시스'로 용해된다.

자동차 충돌과 섹스의 절정은 교묘하게 연결된다. "자동차 사고는 생산적인 거야. 성 에너지의 해방이야!"라고 말하는 화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최악의 환경에서 비로소 꿈틀대는 본능의 절정을 건드린다.
방송 제작자 '제임스'(제임스 스페이더)는 동종업계 종사자 캐서린(데보라 융거)과 결혼해 성공한 삶을 살지만, 유독 잠자리만큼은 만족하지 못한다. 서로 각자의 문란한 성생활을 통해 절정을 느끼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어느날 제임스가 맞은 편에서 오던 자동차와 충돌해 중상을 입는다. 그 순간 상대편 운전자인 남편은 죽고 희생자 아내이자 의사인 '헬렌'(홀리 헌터)이 제임스를 향해 가슴을 보여주며 '묘한 태도'로 응시한다.
둘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성적 취향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절정에 다다를 수 없다. 이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비밀 화합의 리더는 본(엘리어스 코티스)이다. 본은 자동차 충돌로 느끼는 인간의 가장 큰 고통에서 사실은 최고의 절정을 느낄 수 있음을 재연의 사고를 통해 증명한다. 제임스 딘, 제인 맨스필드 등의 재연 사고를 통해 육체적 불구를 뛰어넘는 정신적(성적) 해방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런 모임에 제임스와 캐서린이 서서히 '본능적으로' 빠져들고, 헬렌이 '지적으로' 해석하고 본이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완성한다. 제임스와 캐서린은 그전까지 전혀 서로에게 절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잠자리에서 본을 등장시켜 변태적 멘트와 상상을 동원함으로써 새로운 절정의 기운을 맛본다. 이후 성적 쾌락의 절정은 추돌 사고의 크기와 깊이만큼 느껴지고 급기야 동성애, 장애 섹스 등 도발할 수 있는 모든 성적인 소재를 동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동차) 추돌과 이로 인한 (성적) 충돌은 이 영화가 어떤 파괴적 정의를 모색하려 하는지 본능적으로 더듬는다. 조각같이 아름다운 두 남녀의 외모로만 보면, 이런 장면이 되게 어색한 데도, 그 의외의 선택이 '파괴의 절정'처럼 뇌리를 파고든다.
1998년 국내 개봉 이후 27년 만에 감독판으로 돌아왔다. '비디오드롬' '스캐너스' '플라이' 등 전작에서도 그랬듯,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불편한' 여정은 계속된다. 26일 개봉.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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