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밖에 있던 불이 10분 만에 코앞에”…청송 덮친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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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불이 저쪽 산에 있었는데 바람이 불고 불이 먼지처럼 날아오더니 마을에 불이 붙었어요."
26일 낮 1시께 경북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에 사는 김선아(40대)씨는 다 타버린 집과 비닐하우스를 말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황씨는 바로 짐을 챙긴 뒤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어느새 불이 마을 뒤에 있는 산으로 옮겨붙었다.
경북 청송군은 전날 오후 4시35분께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을 거쳐 청송으로 번졌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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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불이 마을 뒷산에…“도로 양쪽 불타”
“너무 급해 강아지 2마리 목줄 못 풀어준 게 한”
대피소 인근까지 불 번져 다시 대피하기도

“분명히 불이 저쪽 산에 있었는데 바람이 불고 불이 먼지처럼 날아오더니 마을에 불이 붙었어요.”
26일 낮 1시께 경북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에 사는 김선아(40대)씨는 다 타버린 집과 비닐하우스를 말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김씨는 전날 오후 4시10분께 약 2∼3㎞ 떨어진 산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영덕으로 대피를 시작했다. 아직 불이 반대편 산에 있어서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불길이 바람을 타고 마을 인근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김씨 가족 6명은 2개 차에 나눠 대피를 시작했고 집은 곧바로 불길에 휩싸였다. 김씨는 “오늘 와보니 물도 그렇고 다 부족하다.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데 이걸 수습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인근에 사는 황아무개(67)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황씨는 전날 오후 4시20분께 약 8㎞ 떨어진 안동시 길안면에 사는 친척에게서 불이 길안천을 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황씨는 바로 짐을 챙긴 뒤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어느새 불이 마을 뒤에 있는 산으로 옮겨붙었다. 황씨는 “자칫하면 불길에 둘러싸일 뻔했다. 도로 양옆에 불이 붙는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마을을 빠져나왔다”며 “너무 급하다 보니 집에 기르던 강아지 두 마리 목줄을 풀어주지 못한 게 한이다”라고 했다.

지경리 주민들은 청송군이 보낸 안내문자가 너무 늦었다고 하소연했다. 박아무개(58)씨는 “청송군의 안내 문자가 빨리 왔으면 집에서 옷도 좀 챙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후 4시에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다 통제된 상태에서야 안내문자가 왔다”고 했다. 실제 이들이 보여준 안내문자를 보면 청송군이 처음 대피문자를 보낸 시간은 전날 오후 4시49분이었고, 대피령이 전 군민으로 확대된 시간은 50여분 뒤인 오후 5시42분이었다.
대피소를 찾은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특히 밤 11시께에는 애초 대피소로 지정된 청송국민체육센터 인근으로 불이 번져 대피소에 있던 주민들이 걸어서 13분 거리인 청송문화예술회관으로 다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송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덕천3리 주민 서순자(69)씨는 “대피소도 위험하다는 안내를 받아서 밤에 다시 이동했다. 무서워서 잠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대피소에 있는 주민들은 바닥에 깔린 은박지 위에서 마을 주민들끼리 모여 산불이 빨리 꺼지기만을 기도했다. 청송국민체육센터에서 일하는 청송군 관계자는 “이날 저녁부터 다시 청송국민체육센터를 대피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재민을 위한 텐트도 곧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북 청송군은 전날 오후 4시35분께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을 거쳐 청송으로 번졌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까지 청송 지역에서만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으며, 1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5017ha의 산림 피해도 발생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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