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도에도 버티는 방염포 기적
경북 의성군 고운사 동종만 남아

26일 산불에 전소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 동종이 남아있다. 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本寺)로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제공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국가유산에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천년고찰 고운사가 화마를 피하지 못해 전소했다. 하지만 안동시의 조선시대 누각 만휴정은 방염포를 덮은 덕분에 화를 면했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전날 소실된 것으로 발표했던 안동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만휴정은 전날 산불에 타서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확인을 실시한 결과 인근 주변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을 찾은 것 외에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안동=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안동=연합뉴스
만휴정이 거센 화마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방염 작업이 덕분이다. 전날 국가유산청과 안동시, 경북북부돌봄센터, 소방서 등은 만휴정의 기둥과 하단 등 목재 부분에 방염포를 전체 도포하고 인근 만휴정 원림에도 물 뿌리기 작업을 했다.
인근 불길이 거세져 관계자들이 모두 철수하면서 만휴정도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확인 결과 무사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현장에 조치한 방염포는 열기가 1,000도 이상인 경우 10분 정도 버틸 수 있고 500~700도는 무제한으로 버틸 수 있다"며 "불길은 외부에서 날아온 것이라 700도 이상 올라가지 않아 화를 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만휴정은 조선 초기 청백리로 유명했던 문신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낙향해 세운 정자다. 자연 풍경이 빼어나 정자와 주변 계곡, 폭포 등을 아울러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으로 지정됐다.

26일 대형 산불로 전소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고운사 보물인 연수전과 가운루를 비롯해 연지암, 해우소, 정묵당, 아거각, 약사전, 연수전, 고운대암, 극락전, 만덕당, 종무소가 불탔다. 의성=뉴시스

26일 대형 산불로 전소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의성=뉴시스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위 사진은 2월 11일 촬영한 고운사 모습. 의성=연합뉴스
반면 천년고찰인 고운사의 보물 2건은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현장점검 결과 국기지정유산 보물인 고운사의 가운루와 연수각 건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렸다. 고운사가 소장한 또 다른 보물인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불길이 덮치기 전 극적으로 빼내 안동청소년문화센터로 이동해 화를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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